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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me Oct 28. 2020

취재 기자와 잡지 에디터는 무엇이 다를까?

#미묘하게 다른, 직무의 뒷이야기

온라인 매체 취재 기자를 거쳐, 잡지사의 콘텐츠 에디터로 활동했습니다. 현재는 다른 분야에서 기획, 콘텐츠 업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와 잡지 에디터는 무엇이 다를까?'는 필자의 주관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국내에는 다양한 매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직무를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앞선 내용을 참고하여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대학교 시절, 한 야구 경기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젊은 투수는 한국시리즈 4차전에 마무리로 등판하여, 우승을 확정 짓고 자신의 멘토인 노장 포수에게 모자를 벗고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야구에 관한 서적을 탐독했고, 프로스포츠 구단에서 주관하는 대외활동에 지원하여 꿈을 키웠다. 그렇게 스포츠 부문 취재 기자의 길을 밟았다. 이후 국내에서 유일하게 발간하는 야구 전문 잡지사로 자리를 옮겨 일을 했다.

   

취재 기자와 잡지사 에디터가 되는 방법은 큰 틀에서 비슷하다. 자신이 원하는 매체에 지원하여 입사하는 방법이다. 서류-필기-면접으로 이뤄진 전형을 통과해야 한다. 매체마다 전형을 세분화하여 진행하기도 한다. 1차 면접, 2차 면접, 최종 면접 등의 방식이다. 스포츠 취재 기자나 에디터가 되고 싶다면, 전문적인 체육 용어와 상식을 꿰고 있어야 한다. 물론 스포츠 관련 이슈에 대해 글로 정리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춰야 한다. 필기시험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야구 담당 기자의 취재 현장 중 한 곳인 더그아웃


글을 쓰고, 편집한다.

취재 기자와 매거진 에디터, 모두 글을 쓴다. 정확히 설명하면, 기사를 작성한다. 취재 기자의 경우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다반사다. 물론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벌어지는 해외 스포츠 소식을 정리하는 재택근무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현장에서 이슈를 취재하고, 내용을 작성한다. 필요에 따라 인터뷰를 진행하여 기사의 깊이를 더한다.


한편,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는 수도권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지방 출장도 빈번하다. 한국 프로야구를 취재하는 기자를 사례로 들면, 2박 3일 스케줄로 출장을 간다. 두 팀이 삼 일간 한 장소에서 세 경기를 연속으로 진행하는 리그 일정이 표준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담당 구단이 지방에서만 6연전을 벌인다면, 취재 기자의 지방 출장 기간은 그 시간만큼 길어질 것이다. 생각보다 취재 기자는 외롭고 고된 직업이다. 또한, 속보 싸움이 치열해진 언론 환경 탓에 송고해야 하는 기사의 양도 만만찮다. 기억을 되돌려보면, 하루 평균 15~20개의 기사를 포털사이트와 매체에 보냈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의 풍경


매거진 에디터는 지방 출장과 속보 싸움에서는 비교적 자유롭다. 물론 잡지의 발행 기간이 주인지, 월인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근무했던 매거진 매체는 월간지였다. 월평균 3~4 꼭지를 맡았다. 물론 취재 기자 때의 한 꼭지와는 차원이 다른 분량이지만, 한 달 기준으로 봤을 때 작성해야 하는 글의 양을 적었다. 발간되는 잡지의 페이지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다른 영역의 업무가 따라붙었다.


우리가 포털사이트에서 소비하는 뉴스와는 달리 잡지에 담기는 기사는 이미지와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인다. 피 튀기는 속보 싸움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잡지는 느린 매체이다. 또한, 잡지의 소비층은 이야기뿐 아니라 사진까지 함께 구매한다. 이 때문에 취재 현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포토그래퍼와 에디터는 사전에 사진 콘셉트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해외의 유명 스타의 소셜미디어, 인기 있는 잡지를 오마주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포토그래퍼는 자신만의 독창성을 발휘하기 위해 최선의 역량을 다한다. 신문 발행을 우선으로 하는 언론 매체에 근무하는 사진 기사와는 달리 잡지사의 포토그래퍼는 이미지의 보정 작업에 심혈을 기울여 완성도를 높인다.


잡지에 담길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는 모습


잡지에 담기는 사진과 글이 갖춰지면, 인쇄소로 작업물을 넘기기 전에 선행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바로 인디자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에디터는 자신의 페이지를 책임진다. 콘텐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발행했던 잡지의 한 꼭지는 간행물 기준 8~10페이지 정도였다. 기본적으로 기자와 에디터는 자신이 작성한 글에 엄격해야 한다. 추후 검수 과정이 있지만, 오탈자와 내용의 오류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에디터는 인디자인 과정에서 글의 위치를 잡아야 하고, 사진의 자리도 고심해야 한다. 한편, 에디터는 자신의 콘텐츠만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니다. 외부 필진으로부터 받은 글을 매체의 정체성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일련의 업무 때문에 잡지사의 라이터(writer)를 에디터라 명명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만들고, 피드백받다.   

취재 기자는 무척이나 바쁘다. 하루에도 수많은 기사를 쏟아내야 한다.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바쁘게 돌아간다는 의미다. 취재 기자는 작성한 기사의 댓글로 독자의 반응을 읽는다. 이와 함께 주요한 커뮤니티를 확인하며 여론을 확인한다. 끊임없이 기삿거리를 고민한다.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일이 과중하다 보니 추가적인 업무를 맡기 힘들다. 매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소셜미디어를 운영하기 때문에 관련 콘텐츠를 찾는 작업은 있을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춰볼 때, 취재와 소셜미디어의 콘텐츠를 만드는 업무를 기자로서 주요하게 수행했다.

 

반면, 잡지 에디터로 근무하며 다양한 디지털 양식의 콘텐츠를 제작할 기회가 있었다. 근무했던 잡지사가 월간지라는 특성이 작용한 듯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경험은 팟캐스트 제작 업무였다. 포털사이트와 제휴하여 야구 관련 팟캐스트를 기획하여 유통했다. 비시즌 동안 출연진을 섭외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소비자에게 선보인 팟캐스트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또한, 제휴사의 상품을 지원받아, 콘텐츠 소비자를 위한 이벤트까지 추가했다. 콘텐츠 기획뿐 아니라 마케팅 업무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광고를 제작하는 일도 있었다. 후원사의 상품을 영상 콘텐츠에 녹여 총 20부작으로 만들었다. 콘텐츠의 대본을 짜고, 현장에서 촬영되어 온 영상의 컷 편집을 진행했다. 15분 남짓의 영상으로 제작하여 플랫폼에 게재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만을 선정하는 게 쉽지 않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외에도 발행되는 잡지를 만드는 일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휴 사업 일원으로 참여했다. 에디터로서 여러 장소에서 같지 않는 방식의 피드백을 받았다.


내가 경험했던 취재 기자와 매거진 에디터는 같은 듯 다르게 미묘한 직무의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독자의 반응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점만은 같다. 기획 및 제작한 기사와 콘텐츠에 대해 독자의 반응이 시들하거나, 날 선 비판이 따라온다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취재 기자와 매거진 에디터는 독자가 없다면 존재 이유를 잃는 직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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