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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me Oct 17. 2020

프로야구단의 팬북은 어떻게 만들까?(4)

#기획자의 소회

<편집자 주> 온라인 매체 취재기자를 거쳐, 잡지사의 콘텐츠 에디터 직무를 맡았습니다. 에디터로서 다양한 양식의 콘텐츠를 다뤘습니다. '프로야구단의 팬북은 어떻게 만들까?'는 프로야구단의 팬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정리하고자 합니다.


프로야구단의 팬북이 발간되는 과정을 짧게 정리하면, 외주 및 제휴→기획→콘텐츠 제작→디자인 작업→검수→인쇄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참여했던 두산 베어스의 팬북은 발간 과정에 3개월이 소요됐다. 최소한 새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구단에 완성된 팬북을 전달해야 한다. 팬북이라는 출판물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일반적인 소비자가 얻는 이점(benefit)이 빠르게 감소한다는 점이다. 게재되는 콘텐츠가 시즌을 앞두고 구단과 선수에 대한 예상과 함께 미래의 기대를 담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검수 과정은 세밀하게 진행이 된다. 온라인 매체에 게재되는 콘텐츠는 수정이 자유롭지만, 레거시 미디어(신문·TV·잡지·도서)는 내용을 고치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비용이 크다. 출판물을 예로 들면, 인쇄소로 인다자인이 넘어가면 인쇄 작업이 스케줄에 따라 진행이 돼 돌이킬 수가 없다. 검수 과정은 오탈자 확인이라는 소극적인 작업뿐 아니라 디자인과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한편, 오탈자를 찾는 나만의 방법은 프린터로 인쇄하여 면밀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PC, 모바일, 태블릿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기로 내용을 읽으면 놓치는 부분이 많다. 모바일 기기로 글을 읽으면,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일련의 연구 결과가 대중에 발표된 바 있다. 몇 차례의 검수 과정을 거쳐도 사람이 하는 작업이라 오탈자가 계속하여 나온다. 그럼에도 검수 과정의 중요성을 잊으면 안 된다.

    

기억에 남은 두산 베어스 팬북 페이지


인쇄소에 인다지인을 전송할 때, 참고 사항도 첨언한다. 팬북 표지에 들어가는 구단 로고는 색박으로 처리해야 했다. 선택한 부문만 불록하고 매끈하게 처리하는 효과를 줘, 소비자에게 디자인을 각인시키는 작업이다. 또한 내지에서 접지가 추가됐다. 팬북의 한 페이지는 A4 용지 크기였는데, 구단 단체 사진은 슬로건과 함께 펼쳐서 볼 수 있도록 했다. 특이 사항이기 때문에 인쇄소에 강조했다.

     

팬북의 기획자로서 가장 큰 어려움은 새로움을 담아야 한다는 압박감이었다. 이는 뚜렷하게 비교 대상이 있는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창작자라면 공감할 만한 고민이다. 대한민국에는 프로야구단이 열 개가 있고, 이중 상당수가 매년 팬북을 발간한다. 두산 베어스 팬북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최근 삼 년의 팬북을 조사했다. 팬북에는 필수적으로 게재돼야 하는 콘텐츠가 많은 만큼 소비자가 신선하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자가 여러 주체와 협업하여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기획자가 혼자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공동창작물인 경우 편견으로 생각하지 못한 기획이 함께 하는 주체들의 머릿속에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끝맺음하며,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얻은 부분도 많다. 나에게 두산 베어스 팬북은 기획자로 참여한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기획이라는 업무가 막연했는데,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업무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평소에도 다양한 영역의 콘텐츠를 보고, 듣고, 생각하고, 실현하는 일을 꾸준하게 임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기획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단기간에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님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추후 기획자로서 네이버와 팟캐스트 제작 협업, 서울시체육회와 S리그 홍보마케팅 외주 사업, 메이저리그 국내 담당자와 홍보 콘텐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현재는 플랫폼, 콘텐츠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앞선 두산 베어스 팬북 제작 프로젝트는 나에게 있어 기획 업무를 수행하는 밑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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