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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me Oct 09. 2020

프로야구단의 팬북은 어떻게 만들까?(3)

#디자이너의 고민

<편집자 주> 온라인 매체 취재기자를 거쳐, 잡지사의 콘텐츠 에디터 직무를 맡았습니다. 에디터로서 다양한 양식의 콘텐츠를 다뤘습니다. '프로야구단의 팬북은 어떻게 만들까?'는 프로야구단의 팬북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정리하고자 합니다.     


프로야구단 팬북에 게재되는 콘텐츠 중 핵심은 당연하게도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단의 이야기다. 총괄 기획자임에도 팬북의 지면을 채워가는 업무를 맡으면서 선수 인터뷰에 참여했다. 많은 선수와 만났지만 기억에 남는 담화가 있다. 2018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에 합류하게 된 곽빈, 박신지 선수였다.

   

곽빈은 1차 지명으로 입단했고, 박신지는 2차 1번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만큼 두산 베어스에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선수들이었다. 또한, 이들은 고등학교 시절 아마추어 대회에서 빠른 구속을 무기로 성과를 올렸기에 두산 베어스의 마운드가 높아질 것이라는 외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곽빈과 박신지 선수가 아마추어 시절일 때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어서 반가움은 배가 됐다. 당시에는 풋풋한 인상이 강했는데, 프로 구단에 입단한 이후였기 때문이었는지 원숙함마저 풍겼다. 팬북의 인터뷰는 야구와 관련된 내용이 주요한 소재이지만, 선수의 사적인 이야기도 담아내야 한다. 너무 무겁지도, 그렇지만 가볍게 소비되지도 않을 정도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곽빈, 박신지 선수 인터뷰

 

다행스럽게도 인터뷰를 진행하며 팀에 합류한 지 오래지 않았음에도 두 선수가 친분을 꽤나 쌓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 선수는 프로 무대에 등판하여 처음으로 상대하고 싶은 타자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휴식 기간이 즐기는 취미, 무서운 선배, 새 시즌의 각오 등 허심탄회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보통 신인 선수는 쭈뼛쭈뼛하며 인터뷰어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곽빈과 박신지 선수는 아니었다. 콘텐츠 분량에 신음하던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 향후 두 선수가 프로야구에서 어떤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했다. 에디터와 기자의 관점에서 무엇인가를 취재, 창작할 때 재미있는 업무는 당연하게도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과정이다. 하지만 당시 나의 위치는 에디터뿐 아니라 기획자의 역할도 맡고 있었다. 곧 현실적인 문제가 찾아왔다.

    

클라이언트인 구단에서 디자인의 수정 사항이 물밀 듯 들이닥쳤다. 사소한 요청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 디자인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주문도 있었다. 기획자는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의 상황을 이해하고 중간에서 조정하는 일도 해야 한다. 인디자인 작업이 밀려있는 상황에서 필요치 않은 세부 페이지 수정이 추가되면 디자이너는 업무의 과중으로 이어지고 부담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첨부 사진 효과 수정


우선 클라이언트의 요청 및 수정 사항을 정리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이후 중요도에 따라 분류했고, 기획자의 판단을 가미하여 클라이언트를 설득하여 반드시 수정하지 않아도 되는 부문을 찾았다. 콘텐츠의 내용과는 다르게 디자인의 영역은 개인의 취향이 가치 판단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정해진 기간 안에 출판물이 발행돼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결정을 되돌리는 일은 기획자의 역량에서 좌우된다. 이와 함께 디자이너의 고충도 달래야 한다. 잡지를 제작하면서 깨우친 한 가지가 있다면 디자인의 중요성이었다. 물론 소비자는 지면에 담긴 내용을 읽기 위해서도 잡지를 구매하지만, 소장하기 위한 욕구도 갖고 있다.

      

최근 인기가 있는 <매거진 B>는 쉽게 접하지 못했던 브랜드의 뒷이야기가 매력적이다. 그러나 <매거진 B>만의 모던한 디자인은 초판부터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속 소망을 두드린다. 프로야구단의 팬북도 마찬가지다. 구단이 발행하고 있는 팬북을 소장하고 있는 팬들이 핵심적인 타깃이다. 이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한 디자인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 때문에 기획자는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사이의 줄타기를 섬세해야 해야 한다. 조정 과정을 거쳐서 당시 팬북 제작에서 실제로 디자이너에게 넘어간 업무는 몇 가지의 첨부 사진 효과 수정과 서체 교체, 선수단 프로필 내용 변경이었다. 

     


다음 회에서는 기획자의 고민과 함께 팬북 제작의 마무리 과정,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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