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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nowme May 02. 2021

글을 읽지 않는 세대?

#정보 검색도 이제는 유튜브

꾸준하게 책을 읽겠다고 다짐했던 한 해였다. 어느새 5월에 접어들었지만, 서점에서 구매했던 책이 쌓여만 가고 있다. 의식적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으로 시간을 할애했지만, 숙제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나름 글에 익숙한 필자도 텍스트보다 영상이 재미있다.


몇 년째,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놀랍지 않다. 또한, 우리가 쉽게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 중 하나인 신문은 사양 산업으로 분류된 지 오래됐다. 모바일을 통해 기사를 읽는 시대이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글을 다 읽고 있을까. 다수가 헤드라인을 살펴보고, 댓글을 확인하러 간다. 그나마 댓글 란은 짧은 글의 모음이기에 가능한 행위일지 모른다.


최근 외부 여가 생활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콘텐츠 산업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그러나 소비자가 선택한 콘텐츠는 당연하게도 ‘영상’에 집중됐다. 미디어랩사인 나스미디어의 '타깃별 IPTV 이용 추이'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 비해 작년 전 연령층에서 VOD 시청이 크게 증가했다. 10대는 43%, 20대는 9%, 30대는 22%, 40대는 29%, 50대는 20%, 60대 이상은 41%로 각각 상승했다.


글을 외면하는 흐름은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소비자의 특징이 아니며, 전 연령층에서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다. MZ세대의 끝자락인 30대 초반 필자도 정보를 얻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양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새삼스레 실감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맛집’을 검색하는 최선의 방법은 네이버의 블로그였다. 블로거가 방문한 맛집의 리뷰를 차분하게 읽으며, 괜찮은 장소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블로그는 글·사진·영상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콘텐츠 플랫폼이지만, 글이 핵심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재는 인스타그램의 태그 기능을 통해 검색하여 맛집을 선택한다.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짧은 영상으로 이뤄진 콘텐츠 플랫폼이기 때문에 좀 더 직관적으로 장소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인스타그램이 건강한 소셜미디어로써의 가치를 잃고, 광고판으로 전락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재미있고 가치가 있다면, 광고라도 눈감아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를 넘어서 적극적으로 비주얼 콘텐츠를 활용한다. 그들은 구글과 네이버로 대표되는 포털사이트에서만 원하는 정보를 찾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게재되는 콘텐츠로 세상을 읽고 있다. 미디어랩사인 나스미디어의 ‘2021 인터넷 이용자 조사’ 결과로 확인이 가능하다.


전 연령층 평균 네이버는 88.1%·유튜브는 57.4%로 정보 검색 플랫폼이 활용된다는 조사 결과였다. 그러나 10대는 69.7%·20대는 64.3%로 유튜브를 정보를 찾는 온라인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는 평균을 상회한 결과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앞선 콘텐츠 소비 흐름이 당연하게 인식되리라 확신한다.


보수적인 취업 시장도 이에 발맞춘 변화가 감지된다. 이커머스 그룹인 인터파크는 올해 상반기 인턴십 모집 공고에서 자기소개서가 아닌 3분 PR 영상으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또한, 작년 하반기 LG상사는 채용연계형 인턴십 모집에서 자기소개서의 문항을 줄이고, 영상 자기소개서를 받기도 했다.



향후 젊은 층에서 텍스트가 외면받는 현실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웹소설 시장은 순풍에 몸을 맡기고 있다. 작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평소 소비하는 디지털 콘텐츠 1위는 웹소설(73.6%)이 독보적이었다. 2018년 기준 웹소설 시장 규모는 4000억 원을 넘어섰다. 관련 업계는 현재 1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웹소설은 오롯이 텍스트로만 이뤄진 콘텐츠이다. 글을 읽는 데 주저하는 MZ세대이지만, 웹소설만은 엄격한 그들의 기준을 피해 갔다. 웹소설은 짧고 재미있는 글이라는 조건을 충족한 콘텐츠였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MZ세대가 단순히 글을 읽지 않는다고 핀잔할 수 없다. 글이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관념은 기성세대가 심어준 편견일지도 모른다.


이미지와 영상으로 이뤄진 비주얼 콘텐츠가 시장의 주류가 된 현실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젊은 층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잡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면, 텍스트 콘텐츠도 아직까지는 자신만의 역할론이 있을 것이다. 모든 콘텐츠의 기본은 누가 뭐라고 해도 ‘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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