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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gomies Feb 03. 2021

스톡홀름의 겨울놀이

스톡홀름의 겨울이 한창이다. 1월에 접어들면서 일몰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비보다 눈이 오는 날이 많아졌다. 밤마다 제설차량의 소리가 들려오면 '아 눈이 또 오나보다' 생각한다. 나는 눈이 좋기도 하지만 싫다. 내릴때는 예쁘지만, 녹으면 땅이 질척이고 미끄럽고 여간 불편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군대에서 느꼈던 눈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왜 눈을 한 곳이 모았다가 다시 퍼뜨리는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Anyway.. 스톡홀름에서 어느 길거리에서 눈이 내릴 때 아내가 한마디 했다. "스웨덴은 한국이랑 눈도 달라"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정말 눈의 모양이 다르다! 크고 선명한 결정 모양이 (고등학교 과학시간에 교과서에서 본 그 모양) 그냥 육안으로 확인이 된다. 신기해서 찾아봤더니 온도, 습도, 낙하속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 이후로 우리 부부는 눈이 오면 받아서 눈 모양 확인하는 게 놀이가 되었다.

옷에 붙은 눈, 선명한 눈꽃결정이 보인다 (출처 : 작가본인)

'그럼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놀까', '스웨덴에선 겨울에 뭐하면서 놀까?'의 질문에서 시작하여 이번 시간에는 스웨덴 사람들이 겨울에 즐기는 몇 가지 놀이에 대해 글을 써보고자 한다.


1. 아이들 썰매 태워주기

길을 걷다 보면 썰매를 끌면서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는데 대부분 아이들이 있는 가족 같았다. 그런 궁금증이 풀리게 되었는데 하루는 근처 공원을 지나다가 본 광경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연 눈썰매장이 따로 없었다. 언덕배기 같은 곳에서 아이들이 썰매를 타는 모습과 아주아주 어린아이들을 썰매에 태우고 부모님들이 직접 끌어주는 모습, 눈 위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산책하는 개들도 신이 났는지 얼굴에 눈이 잔뜩 묻어 있었다. 눈이 어느 정도 쌓이면, 그야말로 온 가족들이 모두 나와 즐거운 추억 만들기에 동참하는 분위기이다. 즐겁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에 절로 미소를 머금게 했다. '나도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꼭 저렇게 놀아야지' 생각이 들었다. 

공원에서 썰매를 타는 아이들 (출처 : 작가 본인)

2. 스케이트 & 스키 타기

스웨덴의 겨울 스포츠로써 스케이트를 빼놓을 수 없다. 스톡홀름에는 크고 작은, 자연, 인공 아이스 링크가 있으며. 대부분 무료이다. 스톡홀름의 경우 대표적으로   Vasaparken, Kungstradgarden에 아이스 링크가 있다. 오픈 시간은 보통 오전 8시부터 6시까지인데 장소마다 다르니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하여 확인하자. 작년까지만 해도 스케이트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렌트 서비스가 제공이 되었었는데, 올해는 판데믹의 여파로 렌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다고 한다. 스케이트가 없다면 세컨핸드 샵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난번 우리 부부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그때 사이즈가 없어서 구입을 하지 못했다.

스웨덴에서 호수에서 스케이트 타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스톡홀름의 경우에도 주변 호수에서 스케이팅을 많이 즐기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호수 스케이팅 투어 프로그램도 많이 존재한다. 스케이트는 롯데월드에서 타본 게 전부인 내게는 호수 스케이팅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호수 스케이팅의 장점은 온전히 자연 속에서 스케이팅을 즐기며 힐링받는 느낌이 좋았다고 한다. 반면에 발아래로 물이 흐르는 게 보여서 조금 무섭기도 하단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은 심지어 바다에서도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발틱해의 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탓(일반 바닷물의 약 1/3 수준)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역시 매일 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날씨가 충분히 춥고 얼음의 두께가 10cm 이상 되었을 때 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스톡홀름 시 권고사항에 의하면, 바다의 얼음이 얼마나 안전한지는 다양한 변수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니, 안전사고에 항상 유의하라고 명시되어있다. 바다에서 스케이팅이라.. 언젠가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이다. 


실외 아이스링크와 시청앞 바다에서 스케이팅을 즐기는 모습 (출처 : imagebank.sweden.se)


스케이트와 더불어 스키를 타고 길을 가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스톡홀름 시내에서 크로스컨트리를 하는 것 같이 말이다. 심지어 스키가 장착되어있는 유모차를 끌고 스키를 타는 사람도 봤다.  여기서는 눈이 쌓이는 족족 제설작업이 이루어지는데 하루 종일 눈이 오게 되면 제설작업에도 불구하고 도로와 인도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 있으니 스키를 타고 이동하는데 큰 무리가 없겠다 생각이 든다. 나에게 스키는 겨울 스포츠로만 생각되어왔는데, 사실 스키는 북유럽에서 19세기까지도 겨울철 이동수단으로 널리 사용되었으며, 오늘날 스키 강국으로 꼽히는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의 국가들은 모두 실생활에서 스키를 많이 활용해온 전통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스톡홀름에 의외로 스키 슬로프가 존재하기 때문에 스노 보드나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스톡홀름 중심부에서 넉넉잡아 30분이면 도착하는 Hammarbybacken는 인공적으로 만든 슬로프라고 한다. 접근성이 좋고 초보자나 아이들을 위한 강습이 있어 인기가 좋다. 하지만 역시나 판데믹으로 인해 장비 렌털은 중단되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면 링크를 클릭.



스톡홀름의 스키리조트인 Hammarbybacken 와 크로스컨트리 (출처 : imagebank.sweden.se)


3. 카페에서 FIKA

 이게 사실 놀이는 아니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눈도 많이 올 때는 따뜻한 실내에서 피카를 즐기는 것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스톡홀름에는 정말 많은 카페들이 있다. 하지만 특히 주말에 스톡홀름 중심부를 가면, 스웨덴 사람들의 커피사랑이 유명한만큼, 자리가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특히 브런치 카페나 베이커리 같은 경우 일찍 가지 않으면 줄을 서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일찍 일찍 가는 게 좋다. 친구랑 점식식사 후 카페 자리를 찾아 삼만리 하다가 결국 각자 집으로 간 적도 있다. 


셈라와 함께 즐기는 FIKA (출처 : imagebank.sweden.se)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밖은 눈이 오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어 정신이 조금 없지만 (다시 시작된 과제의 압박..) 이번 주말엔 우리도 겨울놀이를 즐기러 나가봐야겠다. 이번 학기도 힘을 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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