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감자 Jan 24. 2024

맞벌이하면서 아이 운동시키는 게 가능할까요?

자식 운동시키는 건 신중해야 합니다. ep.4

2024년도 초등테니스대회 일정이 공지되었습니다. 초등테니스대회는 보통 한 달에 2~3회씩 열립니다.

참 많기도 많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회가 강원도 양구, 인제, 전라도 순창, 경남 창원 등 서울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개최됩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각 지자체에서 테니스협회에 후원금을 내고 지역 대회를 유치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참 멀기도 멉니다.

대회는 보통 금요일에 시작하여 그다음 주 수~목요일(1,2급 대회의 경우) 끝나거나, 월요일(3,4급 대회)에 종료됩니다.

참 길기도 깁니다.


역시 자식 운동시키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초등테니스에도 엄연히 랭킹이 존재하는데, 많은 대회를 나가 더 높은 포인트를 얻어야 랭킹이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결국 최대한 많이 나가서 실전경험도 더 쌓고 랭킹포인트도 쌓아야 하는 거죠.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저희 같은 상황에서 많은 대회를 나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내는 업의 특성상 연차를 거의 사용을 못하고, 오로지 저의 연차를 쪼개어 아들과 시합에 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회사일정과 시합이 겹치게 되면 나가려던 시합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고, 간혹 평일에 진행하는 큰 대회에는 애초에 출전을 포기하기 됩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대회를 자주 나가지 못해 아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대회장에 나가보면 참가하는 분들의 특징이 세 그룹으로 나뉩니다. 코치님과 단체로 참가하는 그룹, 엄마와 함께 오는 그룹, 그리고 저처럼 아빠랑 단 둘이 오는 그룹.


단체로 오는 그룹은 걱정할 게 없습니다. 코치님은 아이들 시합에 집중하고, 어머님 몇 분이 함께 오셔서 아이들의 건강과 밥과 간식을 챙깁니다.


엄마와 함께 오는 그룹도 좋습니다. 모든 시합에 빠지지 않고 출전할 수 있으며, 아이들을 세심하게 보살펴주고, 어머님들 특유의 사회성으로 각종 정보를 공유합니다.


아빠랑 단 둘이 오는 그룹은, 그룹이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 이외에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룹의 특성상 정보취득에 매우 취약합니다. 엄마들끼리의 대화에서 나오는 고급정보들을 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죠. 항상 구석에 앉아서 조용히 응원합니다. 매우 외로워 보입니다. 또한 엄마들만큼 세심하지 못해 간식이나 물품 준비가 늘 부족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테니스에 박식하지도 않아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것이 없습니다. 그저 운전수 역할 뿐인 것 같습니다. 이 부분 또한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저 또한 도맡아서 주말마다 대회를 데리고 다니니 주말에 거의 쉬지를 못합니다. 간혹 가다 주어지는 시합 없는 주말이 기다려질 뿐입니다. 고갈된 체력을 시합이 없던 겨울 동안 보충해 두었으니, 이 힘으로 일 년을 또 열심히 돌아다녀야겠죠.


역시 맞벌이가정이 자식에게 운동을 시키는 건 무리일까요?


사실 작년에는 연차를 배분하여 사용하는 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들의 실력 덕분에? 주말을 넘기면서까지 있을 이유가 없었거든요. 저 또한 기대치가 높지 않아 응당 일요일이면 돌아가겠구나 생각했고, 그 생각대로 일요일이면 집에 왔습니다. 그래서 금요일 하루만 연차를 내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 해는 다릅니다!


아들에 대한 기대가 훨씬 높아졌고, 아들 또한 자신감이 부쩍 커졌습니다. 이제는 일요일을 넘겨 월요일, 화요일까지 있어야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연차를 어떻게 나눠서 써야 할까? 분명히 연차가 부족 해질 테니 이번 여름휴가는 포기해야겠지? 연차를 미리 화요일, 수요일까지 받아놔야 하나? 어떤 대회를 포기해야 할까? 등 등 혼자서 아들이 아직 가보지 못한 토너먼트 저 위 쪽까지 가 있는 상상을 합니다.


어찌됐건 간에 부족한 상황에서도 맞벌이를 하면서 아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열심히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들이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아들과 함께 목표를 정하고, 함께 계획을 짜고, 함께 돌아다니는 이 시간들이 아들에게도 저에게도 나중에 큰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전국을 돌며 둘이서 간간히 지역맛집과 관광지를 가는 경험은 억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너무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맞벌이하면서 아이 운동시키는 것,
충분히 할 수 있고,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맞벌이뿐만 아니라, 운동시키는 자식을 가진 모든 부모님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올해도 잘 버텨보자구요!

작가의 이전글 시합에 진 아이는 혼나야 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