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봄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by 김호박
IMG_4564.jpeg 뉴욕에서 봄에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수선화 (Daffodil) -- 911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며 심기 운동 이후 뉴욕의 봄을 대표하는 식물로 알려지게 되었다.



사계절 속 또 작은 절기가 있었다.

식물들은 절기에 맞춰서 매년 비슷한 즈음에 피어났다.


긴 겨울을 나오며 피어나는 봄의 색은 환상 적이었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Prunus mume "무메/플럼 트리" (매화꽃)

마른 가지에 진분홍색의 작은 꽃봉오리들이 달려있었다. 진주알 같은 꽃 속에는 너무나 가녀린 노란 수술이 정교하게 심어져 있었다.


나는 이 꽃봉오리들을 보면 안심이 되었다.

무메에 꽃이 맺히면 더 이상 눈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겨울 내내 지독하게 사용한 제설 기계와 장비들을 점검하고, 철수시켜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맨하탄 공원에서 사계절용 기계를 다 갖추고 있기엔 공간이 협소했다.

제설 기계 4대를 트럭에 실어 강 건너 롱아일랜드 시티의 창고에 가져다 놓고

봄에 사용하는 장비와 기계들을 (잔디 깎이, 제초기, 에어레이터 등) 가져왔다.


IMG_8562 (1).jpeg 매화는 뉴욕시 공원에서 흔치 않으며 "식물원" 등록을 할 시 갖춰야 할 수종 중 하나이다. (한국 아파트 단지 곳곳에 매화가 심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4월


늦가을 할로윈 때 땅속 깊이 심어놓은 튤립 구근글이 형형색색의 얼굴을 내놓기 시작하고

히아신스 냄새가 공기에 진동을 하는 4월 중순부터는

보실 보실 하고 통통하게 맺힌 벚꽃이 지나가는 뉴요커들의 발목을 잡았다.


핑크색 벚꽃 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바람에 날리는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연인의, 식구들의, 개의 모습을 찍느라 바빴다.


공원 부매니저 타이리는 벚꽃을 너무나 싫어했다.

체리 트리라고 이름을 알려줬건만 핑크 트리라고 불렀고

매년 핑크트리를 왜 자르지 않느냐고 불평했다.


핑크색 꽃잎이 떨어진 자리와 바람에 몰려서 굴러다니는 꽃잎을 치우는 게

공원 스텝들에겐 끝 없는 사투였다.


내가 언젠가 한번 서프라이즈 파티에 사용하겠다며 땅에 떨어진 벚꽃 꽃잎을 봉지에 모아 담았을 때

벚꽃 구경하던 사람들은 로맨틱하다고 했지만

타이리와 직원들은 그 봉지를 보고는 입꼬리를 끌어내리며 더럽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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