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견들 같던 다람쥐 부모

by 김호박
나무 위에서 피자를 먹는 뉴욕 다람쥐-- 19세기 중반, 다람쥐와 비둘기는 "자연경관" 연출 목적으로 뉴욕 공원에 방사되었고, 그 이후 줄곧 살아오고 있다.


한창인 겨울


이 잿빛 도시에서 겨우살이 식물들은 유난히 화려한 꽃들을 피워냈다.

페이퍼 부쉬 (삼지닥 나무)의 쇠같이 생긴 꽃봉오리에서 터져 나온 노란 꽃은

찬 공기 속 세련된 향을 뿜어냈다

향기를 맡고 싶어서 화단에 가까이 가는데...

땅 위에 놓인 간장 종지만 한 투명 플라스틱 용기가 눈에 들어왔다.


'누가 물을 여기 담아놓은 거야'

당연 아무 의심 없이 쓰레기통에 버렸다.


한 10미터 가니 같은 용기에 물이 담겨있어 또 주어서 버리려는데

한 남자가 나를 정확히 보며 다가왔다. 장발에 큰 키,

형편없어 보이는 옷차림


"다람쥐들에게 주려고 놓은 물입니다. 치우지 말아 주시겠어요?"


그가 손에 들고 있는 박스에는 물병, 플라스틱 용기와 땅콩 같은 것들이 지저분하게 담겨있었다.


나: "녹지 안에 이런 거 놓으면 안 되십니다"


"이 동네 20년 차 주민입니다. 이 공원 다람쥐들 챙긴 지는 15년이 넘었습니다. “


오래간만에 인물이 등장했다

일단 통성명부터 해야겠다 싶어서 난


"이 공원 new 매니저 킴입니다."


씹혔다.


남자는 돌아서 입술로 '씁씁' 하는 소리를 내며 갈라진 손바닥 위에 땅콩을 올리고 내미니

퉁퉁한 다람쥐 한 마리가 그 앞으로 쪼르르 다가왔다.


"리키, 마이 베이비, 잘 지냈니? 배고프지 우리 리키"


리키?


이 공원에 다람쥐가 몇백 마리쯤 살 텐데

그중에 이 남자에게 리키라는 이름의 다람쥐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



당연 우리 스텝들은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는 공원 보존회가 있기 전부터 다람쥐들에게 사료를 줘왔고

다친 다람쥐나 비둘기를 구조해서 전문 동물 재활사에게 대려다 주는 등

우리 공원과 조직 생태계에서 공생하고 있었다.


인간에게 포획당해 자연이 아닌 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뉴욕시 공원에서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룰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뉴요커들의 거센 반발에 불구하고, 몇 년 전 뉴욕시는 공식적으로 다람쥐와 비둘기를 "야생동물"로 규정했다.


그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와이프처럼 보이는 사람과 함께

다람쥐들에게 먹이를 던져주고 있었다.


화단 한편에서 견주가 중형 사이즈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

화단 안으로 슬쩍 들어가 뛰놀게 내버려 두었다

개는 곧장 화단에서 뛰어노는 다람쥐를 향해 뛰어갔다


뉴욕시 공원 안에서 허용된 장소를 제외하고

반려견 목줄을 푸는 행위는 규정 위반이다.


"목줄 푸시면...


다람쥐 엄마 아빠 부부는 투견들처럼 그 견주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당장 반려견 화단에서 빼세요! 여기가 당신 개 뒷간입니까?"


"우리 아이들이 당신 개 때문에 무서워서 놀래잖아요!!!"


견주는 놀라서 허겁지겁 개 목줄을 채워 데리고 나왔다.


파크 매니저인 내가 개입할 틈도 없이

목소리 크기로 질서가 바로 정리가 되었다.


규칙을 어기는 사람이

규칙을 어기는 사람을 단속하는


이곳은 바로 뉴욕의 도심 속 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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