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커피, 1달러 25센트의 리스펙

by 김호박


뉴욕 카트 커피를 상징하는 파란색 컵.



1월의 진눈깨비와 비바람이 휩쓸고 간 다음날 새벽


어둠 속 메디슨 에비뉴에 오렌지색 카트가 홀로 서있다.

레바논 형제는 어김없이 꼭두새벽부터 커피를 팔고 있었다.


형제 1: "굿모닝, 스몰 블랙?"

나: "모닝. yes, please"

형제 2: "오늘도 근무하세요?"

나: "공원 복구작업이요. 산책로에 떨어진 잔가지, 흙 치우고, 영하로 내려가니까 염화칼슘도 뿌려야 돼요."


아무도 묻지 않은 나의 "오늘의 할 일"을 건조한 목소리로 읊으며

주머니에서 꺼낸 $1 달러 지폐 두장을 펼쳐 카트 위에 올렸다.


스몰 블랙커피 값: $1.25

잔돈을 받은 생각은 없었다.


형제 또한 나에게서 커피 값을 받을 생각이 없었나 보다.

검지로 지폐 두장을 다시 내쪽으로 밀고는

내가 종종 사 먹던 크로와상을 냅킨으로 덥석 집어 무식하게 건넸다.


"이거 먹어가며 해요"

"thank you"

(뜨아...)


그런 말이 있다

뉴욕사람들은 차가운데, 배려심이 있다고 (not nice, but kind).



이센셜 워커들은 그랬다.

빡빡한 도시의 일상 속

얄팍해 보일 수도 있지만 서로 할 수 있는 선에서 '정'을 주고 받았다.

무료 $1.25 달러 커피와 크로와상 같은

그런 거.



"하이, 하와유^_^!!!"

"굿, 하와유 ^ㅇ^!!"


하며 텐션 올린 사회적 미소와 필요 없는 스몰토크 하지 않았다.



대신,


거리에서 박스를 지고 빌딩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내가 들어갈 문이 아니어도 먼저 가서 열고 잡아주었다.


공공장소 쓰레기를 치우는 미화원들이 사람들 먼저 지나가라고 기다려줄 때

눈 마주치면 목례했다.


지하철 창문밖으로 몸을 빼 사람들이 다 내렸는지 체크하는 기관사들

앞을 지나칠 땐 꼭 '땡큐'라고 했다.


못 보아도, 못 들어도 상관없었다.

이것은 내가 표하는 리스펙.


배려와 리스펙은 돌고 돌았다.


공원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인사를 받고 배려를 받았다.


도시의 일상을 가능케 하는 사람들,

이 일을 하기 전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세상.



안전복을 풀장착하고 스텝들과 길 위에 염화나트륨을 열심히 뿌리고 있는데

분명 옆에 넉넉히 공간이 있음에도

굳이, 굳이 우리가 일하는 틈새를 비집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꼭 있다.


배려 0.


'와..'


스텝들은 혀를 차며 고개를 양쪽으로 저었다.

나도 따라 혀를 찼지만 속으로는 조금 뜨끔하긴 했다.

왠지 그 틈을 지나간 게 옛날의 나의 모습같아서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New year, 출근길에 걸린 골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