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멋도 적당히 부려라!
❉'갑질일기'는 철저히 '을'의 관점에서 쓴 기록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고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분노를 배출하는 통로 역시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으로 살아낸 이야기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클라이언트에게 이런 말을 참 자주 듣는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그 영상 보셨어요?
저희도 이번에 그 느낌으로 찍어 주세요'
최근 시작한 프로젝트 회의에서도
클라이언트가 넷플릭스 다큐를
레퍼런스로 보여줬다.
"이 영상 느낌 너무 좋지 않아요?
이번에 이렇게 가시죠"
갑님아, 제발 생각 좀 하고 말씀해 주시길!!
요즘 유튜브부터 각종 OTT까지
채널이 많아지면서
갑들의 눈높이도 덩달아 높아졌다.
높아진 눈높이만큼
제작비도 올라가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말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클라이언트에게 늘 듣는 말이 있다.
“제작비가 그렇게 넉넉하진 않아서요^^;;“
우리도 잘 만들고 싶다.
넷플릭스급으로.
장비도, 기술도, 인력도
그 수준으로 맞춰서 제작하고 싶다.
진정한 장인은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라고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를 기꺼이 양보하겠다.
직접 경험해 보시길 강력 추천드린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우리에게 주는 제작비는
넷플릭스 다큐 한 편 예산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제작 기간?
어쩔 땐, 일주일이다.
그러면 대본은 하루 만에 나와야 한다.
이런 상황에 넷플릭스급 퀄러티를 요구하다니,
그것도 너무 당당하게.
참 할 말이 없어진다.
명분이 있다면
작가료가 많지 않아도,
심지어 없더라도 일할 수 있다.
‘명분’이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영상의 메시지가 좋을 때,
함께 일하는 사람이 좋을 때,
나는 대가와 상관 없이 일한다.
매번은 아니지만,
지금도 그렇게 일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작비는 쥐꼬리만큼 주면서
넷플릭스급을 바래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입장을 바꿔서 만약 우리가,
그들에게 넷플릭스급의
제작비를 요구한다면 어떨까?
당연히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뛸 게 뻔하다.
어쩌면 우리를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그런데 그들은
그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한다.
그것도 너무 당당하게 말이다.
이것도 갑의 특권인가?
뭐든 상관 없다.
눈높이만 높이지 말고,
사고력도 키우시길!
그리고,
개멋도 적당히 부리시길 바란다.
P.S 넷플릭스급으로 만들진 못헀지만
벤치마킹할 부분을 최대한 반영했다.
클라이언트가 만족했다.
그거면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