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일기 #9. 회의 지옥

회의는 길고, 인내는 더 길어야 한다

by heavenlyPD

❉'갑질일기'는 철저히 '을'의 관점에서 쓴 기록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고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분노를 배출하는 통로 역시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으로 살아낸 이야기입니다.



유독 회의를 길게하는 클라이언트가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딱 그렇다.


회의를 하면,

두세 시간은 훌쩍.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렇게 오래 해도 결론이 안 난다는 거다.


아이디어를 말하면 “좋다”고 해 놓고,
한참 뒤엔 그 아이디어를 또 트집 잡는다.


“아까는 괜찮다고 하신 줄 알았는데요.”


그러면 갑자기 정색.

자기가 언제 그랬냐고, 오히려 따진다.


그 순간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싶다.

"녹음한 거 틀어주랴 이 XX야?"


예전에 같이 일하던 PD님이

정말로 녹음한 걸 틀었다가

고소 당할 뻔한 적이 있었다.


그날 이후, 조심한다.


가끔은 나도 녹음을 하지만,

마음 속으로만 플레이 할 뿐.


그저 무한루프에 갇혀

무기력해질 때즘

얘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게 도대체 무슨 미친 악순환인지...
이건 회의가 아니라, 고문에 가깝다.




회의가 끝나면
몸이 아프고 마음은 더 아프다.


어떻게 해야 내가 덜 다칠 수 있을까.


그런데 어쩌면,
덜 다치는 방법 따위는

애초에 없는 구조인지도 모른다.


원래 이렇게 돌아가면 안 되는 구조인데...


그렇다면,

덜 다치는 법을 고민하는 대신
더 사랑하는 법을 고민해야 하는 걸까.


가능할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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