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쓴다
❉'갑질일기'는 철저히 '을'의 관점에서 쓴 기록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고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분노를 배출하는 통로 역시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으로 살아낸 이야기입니다.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허탈한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은 대부분
출연료 이야기가 오갈 때 찾아온다.
유명 유튜버와 작업한 적이 있다.
3분 남짓한 영상 한 편에
출연료는 3천만 원.
총 6편을 찍었으니
그 유튜버는 며칠 사이에
1억 8천을 번 것이다.
그 6편의 대본을 쓰기 위해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내 작가료를 떠올리면
허탈하고 씁쓸해서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ㅎㅎㅎㅎ
그들의 일을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지금까지 그들이 쌓아온 시간과 노력을
나는 절대 가볍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정말 가끔,
그 격차가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알면 알수록 씁쓸해지니까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때도 있다.
모 연예인과 함께
한 기업 영상을 작업하기로 했다.
6개월 전에 이미
출연을 확정하면서
출연료 협의까지 잘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그 사이,
그 연예인이 '빵' 떴다.
촬영할 날이 다가와서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더니,
그 사이 몸값이 달라졌다며
출연료를 두 배 이상 요구했다.
게다가 이전에 없던 요구 사항들이
줄줄이 붙었다.
"이건 안 해요"
"저것도 못 해요"
"의상 갈아 입는 것도 안 합니다"
평소에 그 연예인을 좋아했는데
그 순간은 좀 실망스러웠다.
물론, 자신의 가치를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합의했던 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연예인은
대본을 한 달 전에 보냈는데도
녹화 당일 날 대본 숙지가
제대로 안 되어 있었다.
TV 속 성실한 이미지는
일에 따라
켜졌다 꺼졌다 하는 스위치였을까.
이럴 때는 솔직히,
출연료가 아깝다.
하지만 이것이
이 업계의 현실이다.
유명세와 영향력이 있으면
많은 걸 가져갈 수 있는 구조.
그래서 허탈해도, 씁쓸해도
오래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그저 업계의 현실을
다시 한번 직시할 뿐.
작가는 카메라 뒤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문장을 쓰는 사람이다.
보이는 곳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 만큼
내 일의 가치를
숫자로 보상받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비교하지 않으려 한다.
괜히 속상하기만 하니까.
그리고 중요한 건
그들이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를 받느냐이고
무엇보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
문장을 다듬는 일.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
그 순간이 난 즐겁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견디는지,
어떻게 계속 나아가는지
이 글을 쓰며
생각해 보게 된다.
순간, 뭉클해진다.
그래서 나도 오늘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이야기를 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