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일기 #19. 100분의 1의 작가료

그래도 나는 쓴다

by heavenlyPD

❉'갑질일기'는 철저히 '을'의 관점에서 쓴 기록입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고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분노를 배출하는 통로 역시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으로 살아낸 이야기입니다.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허탈한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은 대부분

출연료 이야기가 오갈 때 찾아온다.


유명 유튜버와 작업한 적이 있다.

3분 남짓한 영상 한 편에

출연료는 3천만 원.


총 6편을 찍었으니

그 유튜버는 며칠 사이에

1억 8천을 번 것이다.


그 6편의 대본을 쓰기 위해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

그리고 내 작가료를 떠올리면

허탈하고 씁쓸해서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ㅎㅎㅎㅎ


그들의 일을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지금까지 그들이 쌓아온 시간과 노력을

나는 절대 가볍게 보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정말 가끔,

그 격차가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알면 알수록 씁쓸해지니까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때도 있다.




모 연예인과 함께

한 기업 영상을 작업하기로 했다.


6개월 전에 이미

출연을 확정하면서

출연료 협의까지 잘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그 사이,

그 연예인이 '빵' 떴다.


촬영할 날이 다가와서

매니저에게 연락을 했더니,

그 사이 몸값이 달라졌다며

출연료를 두 배 이상 요구했다.


게다가 이전에 없던 요구 사항들이

줄줄이 붙었다.


"이건 안 해요"

"저것도 못 해요"

"의상 갈아 입는 것도 안 합니다"


평소에 그 연예인을 좋아했는데

그 순간은 좀 실망스러웠다.


물론, 자신의 가치를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합의했던 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연예인은

대본을 한 달 전에 보냈는데도

녹화 당일 날 대본 숙지가

제대로 안 되어 있었다.


TV 속 성실한 이미지는

일에 따라

켜졌다 꺼졌다 하는 스위치였을까.


이럴 때는 솔직히,

출연료가 아깝다.


하지만 이것이

이 업계의 현실이다.


유명세와 영향력이 있으면

많은 걸 가져갈 수 있는 구조.


그래서 허탈해도, 씁쓸해도

오래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그저 업계의 현실을

다시 한번 직시할 뿐.




작가는 카메라 뒤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문장을 쓰는 사람이다.


보이는 곳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 만큼

내 일의 가치를

숫자로 보상받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비교하지 않으려 한다.

괜히 속상하기만 하니까.


그리고 중요한 건

그들이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를 받느냐이고

무엇보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

문장을 다듬는 일.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

그 순간이 난 즐겁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견디는지,
어떻게 계속 나아가는지

이 글을 쓰며

생각해 보게 된다.


순간, 뭉클해진다.


그래서 나도 오늘

묵묵히 내 자리를 지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이야기를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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