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서 계란후라이 하나 못했던 틴더남. 폭우가 오거나 폭설이 올때면 매번 배달을 시켜먹었던 친구. 학비로 에어컨 트는 거라며 파워 냉방을 해놓고 창문을 열어뒀던 동기. 여자 후배들을 룸살롱 접대하듯 남자 선배들 사이에 한 명씩 앉히던 학과 축구동아리 선배들. 책을 말아 대학원생 엉덩이를 톡톡 친 거 가지고 미투 당하면 어쩌냐고 미투 운동을 사태라고 표현하는 강사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앉아있던 학생들.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를 위해 인터넷 유머 여혐 짤을 균형잡힌 예시로 참고문헌으로 들고왔던 교양학과 학생들. 지하철에 잘 태그를 찍고 들어왔으면서 한칸 떨어져 앉은 나의 가슴을 정확히 만져놓고는 취한 척 시치미 떼던 아저씨. 팔뚝살로 은근히 내 친구 가슴을 눌러댔던 지하철 승객. 자꾸만 거주자보고 거주자 건물에 오토바이를 세우지 말라고 간섭하는 옆집 이웃.
일 뒤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아픔이 이 세상의 가장 큰 아픔인 줄 아는 사람. 자신의 경험이 세상의 진리라고 믿는 사람. 다른 세계의 다른 입장을 상상해볼 수 없는 사람.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틀린 것을 다르다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 다른 것을 틀리다고 하는 사람. 말을 해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고, 노력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 배우기를 멈춘 사람. 타인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면서 자신은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는 사람. 사랑받기만을 기다리는 사람. 동정과 공감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무례함과 솔직함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떠벌리는 사람. 자신이 가진 것에는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자신이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 세상의 상향된 평균을 쫓는 사람. 나의 정의가 세상 정의의 기준인 사람. 타협과 모순에 질문하지 않고 젖어들어 있는 사람. 세상에 대한 희망을 믿지 않지만 나의 노력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대가를 바라는 사람. 세상의 것들을 수치(數値)로 받아들이는 사람.
종내는 자신이 받아온 우연한 사랑과 돌봄과 기회들을 잊은 채 인간의 지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최악의 순간들을 가진 보통의 평범한 수많은 사람들. 어쩌면 내게도 있을 그 최악의 순간들. 우리는 가끔은 이토록 최악이지만 결국 서로의 수많은 용서와 관용에 기대어 평범한 척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