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부적응자의 브런치 생존기

오늘 브런치 하셨나요?

by 박나비

요즘,

브런치 외에도 글쓰기 플랫폼들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글쓰기 플랫폼 광고가 자주 보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이들의 타깃이 된 모양입니다.

물론 국가대표 쫄보인 저는

겁이 나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일 년이 다 되어 가는 브런치에도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는데

다른 플랫폼을 기웃거릴 여유가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요즘,

저는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슬며시 브런치를 열고

한 줄, 두 줄 쓰고 지우길 반복합니다.

결국,

세 줄, 네 줄을 쓰고 브런치를 닫습니다.

그렇게 다시 인터넷 뉴스를 좀 보고 있노라면

언제 닫았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다시 브런치를 열고

다섯 줄, 여섯 줄 이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목부터 쓸 때도 있고,

내용을 쓰다 중간즈음 제목을 붙일 때도 있습니다.

물론 내용을 다 쓴 후 마지막으로 제목을 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재 브런치북이 아니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그런데 연재 브런치북이 아니니 더 자주 글을

올리게 되는 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인관계를 맺는데 서툰 편입니다.

온라인에서도 이 좁고 편협한 성향은

뭐가 그리 좋은지 제 뒤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남들 다 한다는 SNS도 못하고 있는데,

언제부턴가 브런치에서 조금씩 SNS 느낌을

받습니다.

아, 오해는 말아주세요.

이 느낌이 싫다는 게 아닙니다.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 대체적으로 라이킷을

누르고 오는 편입니다.

그 글이 마음에 드는지,

글의 완성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상관이 없습니다.

한 편의 글을 써서

서랍 속에 넣어 두지 않고

발행을 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라이킷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부작용을 발견합니다.

몇몇 분들이 반사적으로 제 글에도 하트를 주십니다.

이런 경우 저는 부끄러움에 몸이 베베꼬입니다.

아이고 이러려고 제가 라이킷을 눌러드린 건 아닌데

하고 황망하여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괜히 애먼 키보드에 이 황망함을 풀곤 합니다.


라이킷은 상대적으로 받기가 수월하지만

댓글은 정말 귀합니다.

조회수가 100이 되어도,

300이 되어도,

500이 되어도.

댓글이 있는 날 보다 없는 날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이렇게 귀한 댓글이 달려도

저는 또 황망함에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답글로 달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아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


아 이렇게 생각하셨구나,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내가 글을 정말 모호하게 썼구나.


짧은 댓글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시 글을 쓰게 되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한 번씩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이름을 검색해서

쓰신 글들을 스윽 보고 올 때가 있습니다.

소심하게 라이킷을 슬쩍 누르고

왔을 때처럼 스윽 다시 돌아옵니다.


이렇게 돌아오게 되면

저는 주로 두 가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첫 번째 반성은,

일단 얼굴을 붉게 물들입니다.

정말 잘 쓴 글에 라이킷이 별로 없는 경우를 보면

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그 멋진 글보다 별거 아닌 제 글에 달린 라이킷 수가

더 많은 것을 보며

박나비씨는 글쓰기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아, 물론 제 글도 라이킷 수가 많은 편은 아니니

자의식 과잉이라 오해하지는 말아 주세요.

좋은 글이 많은 분들에게 닿지 못한 안타까움과

좀 더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부끄러움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반성은,

적막합니다.

라이킷과 댓글과 응원이 넘쳐나는 작가님들의

브런치를 보고 온 날은 유독 적막합니다.

잔을 부딪히고 수다를 떨며

화기애애하고 떠들썩한 펍에서 나와

혼자 밤길을 걷는 기분이랄까요.

부러울 따름입니다.

이렇게 혼자 쓸쓸히 밤길을 걸어

제 브런치로 돌아오게 되면

또 다른 반성을 하게 됩니다.

혼자 너무 고상한척하고 있는 건 아닌지,

성향 탓만 하지 말고 노력이라도 해야 되는 건 아닌지,

이렇게 서서히 브런치를 놓게 되는 건 아닌지.

정말 활발하게 다른 분들과 교류하고 있는

작가님들에 대한 부러움과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에 대한 원망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브런치를 하고 있습니다.

내키는 대로 글을 쓰기도 하고,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브런치를

슬쩍 방문하고 오기도 하고,

돌아와 반성과 후회를 하기도 하고.

어쩌면 이 모든 게 적절히 반영되어

지금의 제 글이 나오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브런치의 바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난파된 배처럼 표류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언젠간 저도 큰 돛을 활짝 펴고

먼바다로 나아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커다란 범선의 선수에 서서

바람을 가득 실어 팽팽해진 돛을 등뒤로하고

새파란 바다 위에 하얀 포말을 남기며

저 수평선 너머로 항해를 외치는 그런 날이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렇게 브런치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도,

브런치 하셨나요?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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