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와 글투 사이

오늘 브런치 하셨나요?

by 박나비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자신만의 독특한 말투가 있습니다.

이건 마치 지문(指紋)과도 같습니다.

말투만 들어도

우린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으니까요.


물론 목소리도 어느 정도 그런 역할을 하지만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은 가끔 본 적이 있어도

말투가 비슷한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말투의 고유성은 아주 강력해서

말을 하는 상대방의 말투가 아주 약간만,

아주 미세하게만 바뀌어도

우리는 그 변화를 바로 감지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말투를 오래 경험한 사람 앞에서는

유독 거짓을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엄마나 아내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시면

안 됩니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연스럽게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말의 멜로디'가 아주 조금만 달라도,

평소 잘 쓰지 않던 '종결 어미' 하나 만으로도

상대는 거짓을 쉽게 간파합니다.


물론 상대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원해서

의도적으로 말투를 변형할 때도 있습니다.


상대에게 고백할 때,

상대를 설득할 때,

상대를 회유할 때,

상대를 협박할 때...


상대방으로부터 평소와 다른 어투의 말을 듣게 되면

우리는 평소처럼 반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개는 보다 진지해집니다.

상대의 의도를 분석하려,

상대의 말이 내포하는 함의를 파악하려

더욱 상대에게 집중하게 됩니다.



글에도 이런 말투가 있습니다.

글투지요.

글을 쓰는 모든 사람들에겐

그 사람만의 글투가 있습니다.

이 글투가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람이 쓴 몇 개의 문장만을 보고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마치 말투를 글로 옮겨놓기만 해도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대개 글을 쓰는 사람들은

본인만의 매력적인 글투를 갖고 싶어 합니다.

처음부터 개성적이고 나무랄 구석 없이

훌륭한 글투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글을 쓰면서 본인만의 글투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작가들의 초기작과 중견작,

그리고 노년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확연하게 때로는 묘하게 문체가 다름을 느낍니다.

작가의 글투가 글을 쓰며 변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작가도 의도적으로 글투를 변형하기도 합니다.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말투를 바꾸는 것처럼요.

예컨대 단편을 쓰던 작가가 중장편을 쓸 때라던지,

어떤 틀을 깨기 위해 글을 써보려고 할 때라던지..

다양한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말투가 달라졌다고

앞에서 말을 하고 있는 그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지는 않듯이

대부분의 경우 글투를 바꾼다고 하더라도

글을 읽는 사람들은 그 글이 누구의 글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공개된 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짐작하기는 더욱 쉬워집니다.


그러므로 본인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글을 써보며 자신의 글투를 다듬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말투가 굳어지면

마치 지문(指紋)과 같은 역할을 하듯

글투가 굳어지면

그게 곧 작가 자신이 되기 때문입니다.


글의 소재나 주제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글투를 잡아가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독자는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작가의 글투를 통해 파악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말투와 글투 사이에서 방황하며

이렇게 브런치 합니다.

오늘 여러분들도,

브런치 하셨나요?


* 다시 금요일입니다.

모두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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