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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Sep 20. 2024

친절하면 왠지 손해일 거라 생각하는 너에게

친절은 남을 위한 게 아니라..

이 글은,

4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방황 중인 청춘이

이제사 방황을 시작하는 청춘에게 보내는 연서戀書.

연서를 연인사이에서만 보내란 법은 없으니까.

그러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만이라도

너는 이 글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우리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

굳이 우리가 더 보태지 않아도

지금 세상엔 미움과 증오는 넘쳐나니까.

   

아무리 그렇다 해도

40대 중반의 아저씨와 도매급으로 같이 묶이다니!

그것도 '청춘'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알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겠지.

그래도 이해를 바랄게.

이렇게 글에서라도 한 묶음으로 묶이니

왠지 나도 싱그럽게 방황하는 느낌이거든.

그러니 세트로 묶였다고

너무 불만을 갖진 않았으면 좋겠어.

글은 내가 쓰니까.


말머리가 너무 길었지.

기린이 되기 전에 이제 그만 본론으로 넘어가자.

앞으로 이런 개그에 익숙해져야 할 거야.

그리고.. 개그 맞아.


오늘 할 얘기는 '친절'이야.

'친절한 사람이 되자' 할 때의 그 '친절'.


너무 그렇게 대놓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진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보기완 다르게 소심하거든.

그런 표정을 보면 더 실망시키고 싶...

그러니 위에서 내가 했던 말 다시 한번 상기하고

실망의 표정은 그만 집어넣어 줄래.

위에서 했던 무슨 말을 떠올리라는 거냐고?

처음이니까, 한 번 더 얘기해 줄게.

다음부턴 이러지 마.

나 진짜 소심하거든.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만이라도
너는 이 글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우리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
굳이 우리가 더 보태지 않아도
세상은 지금도 미움과 증오로 가득하니까.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우리 반 친절왕'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걔네도 그 글은 유치하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40대 중반인 나는 첫 글에서

'친절'을 말하고 있네.

망하자는 거지 뭐.


망할 때 망하더라도 글 하나쯤은 괜찮잖아?

그러니 쓰던 글은 마무리하자고.

그리고 조금만 친절한 마음으로 끝까지 봐준다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밑져야 시간낭비긴 한데..

그래도 한 번 읽어봐 주면 좋겠어.


어차피 너도 방황 중이잖아.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에 작은 카센터가 있는데

나는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은 곳이야.

그러니 카센터 사장님과 얘기를 나눠본 적도

물론 한 번도 없었지.

그런데 몇 달 전에 카센터 사장님이랑 대판 싸웠어.

한 번도 이용해 본 적도 없고,

그래서 한 번도 얘기해 본 적이 없는

카센터 주인아저씨랑 대판 싸웠단 말이야.

대체 뭣 때문에?


그건 주차 때문이었어.

카센터 앞에 아파트 주차 면이 몇 개 있는데

카센터 주인아저씨가 그 주차면을 작업공간처럼

쓰고 있거든.

보통땐 그냥 그러려니 넘겼는데,

그날따라 주차할 곳을 못 찾겠더라고.

그리고 마침 그 주차면이 비어있는 걸 봤지.

그냥 차를 댔어.

아니나 다를까 카센터 아저씨가 나와서 소리치더라.


뭐 그다음은 예상대로야.


차 빼.

못 빼.

영업방해다.

아파트 주차장 무단 점용이다.

모두 암묵적인 동의를 했다.

나는 동의한 적도 없고, 이건 불법이다.


나는 씩씩거리며 차를 빼지 않고 그대로 나왔어.

근데 걸어가는 동안 기분이 너무 안 좋은 거야.

오 분쯤 망설이다 다시 돌아와서 차를 뺐어.

하지만 카센터 아저씨와는 이미 틀어졌지.

서로 어색해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문제는 그 뒤야.

그러고 나니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은 거야.

심지어 그날 해야 되는 꽤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다 망쳐버렸어.

계속해서 바깥에서 원인을 찾고

계속해서 남을 탓하기 시작했지.


아파트 주차공간을 멋대로 점용해서 사용하는

아저씨 때문이야.

처음 차를 댔을 때 친절하게 양해를 구했다면

나도 차를 뺐을 거야.


하지만,

아무리 바깥에서 원인을 찾으면 뭐 해.

아무리 남을 탓하면 뭐 하겠어.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내 하루는 망쳐버렸는데.


그 뒤로 카센터가 있는 쪽으론 잘 안 가게 되더라.

좀 돌아가더라도 반대쪽으로 가는 거지.

그날 하루만 망친게 아니었어.

일상이 불편해진 거야.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도 비슷한 일들이 많았어.

예를 들어 누군가 업무협조를 구하면

일단은 싸우고 봤지.

내가 해야 될 일이 아닌데 해달라고 할 때면

나는 싸웠고,

내가 해야 될 일이긴 한데, 꼭 정해진 방식으로만

해달라고 할 때도 나는 싸웠어.


하지만 그렇게 싸우고 나면

대부분은 후회를 하게 돼.

결국,

다시 만나서 그제야 서로 제대로 된 '협조'를 구하지.

절충선에서,

혹은 누구 한쪽이 양보를 해서 일을 시작하는 거야.

일은 일대로 하고, 인심은 인심대로 잃고.

물론 상대방도 마찬가지겠지.


친절은 남을 위한 게 아니었어.
친절은 나를 위한 거지.
내 소중한 하루를 위한 거고,
내 소중한 일상을 위한 거야.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우고

'오기만 해 봐라 다 찔러버릴 테다'가

강한 게 아니더라고.

웃어주고,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그다음에

천천히 내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상대도 알아듣더라고.

굳이 진심으로 공감해 줄 필요도 없어.

애초에 공감이 되는 내용이라면

싸울 일도 없었을 테니.

공감해 주는 척을 하면 되는 거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야. 나를 위한 거지.

내 하루를, 내 일상을,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야.


내 기분이, 내 태도가

다른 사람에게 휘둘린다는 거

그거 되게 찝찝한 거잖아.

순간에서 이겨봤자 중간도 못 가더라고.

어느새 악다구니가 돼있더라.

어느 날 거울을 보는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거울에 보이더라.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다

가장 소중한 걸 잃어버린 거지.

본래의 나.


그러니 웬만하면 친절을 베푸는 게 좋아.

내가 내 인생을 걸고 테스트해 봤는데

그게 제일 이득이더라.


이기적으로 친절해도 돼.
계산적으로 친절해도 돼.
위선적으로 친절해도 돼.


너의 하루를, 너의 일상을 지키는

제일 쉬운 방법이야.

본래의 너를 잃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고.


그러니 오늘부터,

Be nice!



이 글은,

원석에서 철을 찾는 여정이었던 '돌'같은 10대,

남들의 말과 태도에 쉽게 타오르고

또 금방 식어버렸던 '쇠'같은 20대,

절대 굽히지 않는 신념의 화신이 되어

남들을 태우고 식혔던 '불'같은 30대를 보내고

40대 중반이 되어서도 여전히 방황 중인 청춘이

이제사 방황을 시작하는 청춘에게 보내는 연서戀書.

그리고,

그 시절의 나에게 보내는 셀프레터.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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