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II), 남1

일단 종잣돈을 모으는 게 중요헌디

by 박나비

일단 종잣돈을 모으는 게 중요헌디..

뭐가 돈이 되는 줄을 알어도 투자 헐 종잣돈이 없으면 말짱 황이지 않냔 말이지.


남자는 볼펜을 잘근잘근 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워메, 이 땅들이 허벌나게 돈이 된다는 걸 알면 뭐한다냐. 살 돈이 없는 것을..


한참을 전화번호부 한편에 써놓은 지명들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남자가 벌러덩 뒤로 누워버렸다.


뭔가 좋은 수가 없을까.


갑자기 씹던 볼펜의 뒷 뚜껑을 뱉으며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그려, 그 수밖에 없지.


남자는 걸치고 있던 옷을 죄다 벗었다.

발가벗은 채로 화장실로 가서는 우선 깨끗이 몸을 닦았다. 다음으로 깔끔하게 면도도 마쳤다.

치장을 마친 남자가 비키니 옷장의 지퍼를 열어 가장 안쪽에서 정장 한 벌을 꺼냈다.

남자가 가진 옷 중에 가장 비싸고 깨끗한 옷이었다. 한껏 치장을 하고 멋들어지게 정장을 차려입자 남자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려, 어차피 내 마누라가 될건디, 조금 일찍 만났다 치자고.


남자는 괜히 양쪽 어깨를 한 번씩 털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침나절에 중년 여성의 악다구니를 듣고 있던 추레한 사내는 사라지고 멋들어지게 정장을 차려입은 청년이 문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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