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의 발언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이제 예전에 했던 것들은 안돼]
갑작스런 그 애의 말에 우리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걸 이렇게 갑자기 정하는 게 어딨..아니, 그럼 이제 앞으로는 뭘 어떻게 하라고!]
[나는 좀 봐주면 안 될까? 나 지난번에 너무 하고 싶었는데 못한 게 있단 말이야! 아, 제발!]
놀람과 분노, 애원으로 이어진 우리의 항변에도 그 애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는 그 애를 보며 우리는 이제 예전 좋던 시절이 끝이 나고 있음을 직감했다.
사실, 나는 언젠가부터 어렴풋이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게 이런 방식으로 오리라곤 예상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노래방은 우리 의식의 당연한 코스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를 가야 하듯,
산을 올라가면 내려와야 하듯..
아니다. 아주 적은 확률이지만 중학교를 안 갈 수도, 산을 안 내려갈 수도 있으니 이것들 보다 더 당연한 일들.
이를테면 봄이 가면 여름이 오듯,
낮이 가면 밤이 오는 것처럼 우리가 술을 마시고 나서 노래방을 가는 건 일종의 자연법칙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런 우리에게 그 애의 발언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이제 예전에 했던 것들은 안돼]
앞으로는 노래방에서 이전에 부른 노래들을 또 불러서는 안 된다는 그 애의 단호한 말에 우리는 놀람과 분노, 애원으로 탄원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잘 부르든, 못 부르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응당 각자의 18번을 갖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규정은 말이 안 되는 것이었지만, 뭐 어쩌랴.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아예 가지를 못하는 것을.
그날 이후 나에겐 새로운 플레이스트가 생겼다.
나는 처음 들어 보는 노래들의 가사를 요모조모 살펴보고, 가수의 목소리를 요리조리 마음속으로 따라 불러보는 중이다.
지금껏 노래방에서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노래들.
그중에서도 내 마음에 드는 노래들. 그중의 그중에서도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을 찾는 과정이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뉴쏭들을 찾고 있으리라.
조만간 나의 새로운 노래방 뉴쏭 리스트가 완성되는 날!
니들은 다 죽었다.
각오해라.
*이미지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