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_자멸로 이끄는
오후 2:45
중심가의 고층 빌딩 앞. 이쪽을 지나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건물이다. 이런 곳에 사무실을 둔 회사라면 그렇게 이상한 회사는 아닐 거란 생각을 하며 남자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오늘 3시 면접자입니다. 건물 1층에 도착했습니다.]
문자를 보낸 지 몇 초 되지 않아 남자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로비에 얘기해 두었습니다. 28층 인터뷰로 말씀하시고 올라오시면 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남자가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은 뒤 건물 내부로 들어섰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로비 데스크의 젊은 여자가 회전문을 통과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아.. 네.. 오늘 인터뷰가 있어서.. 28층 인터뷰입니다."
"아, 28층 손님이시네요. 미리 연락받았습니다. 여기 출입카드 받으시구요. 저쪽 게이트에서 카드 찍고 들어가셔서 오른쪽 고층 엘리베이터 쪽입니다. 벽 중앙에 위치한 스크린에 출입증 한 번만 더 찍어주시고 28층 전용 3번 엘리베이터 이용 부탁드립니다."
"아.. 네.."
남자는 출입카드를 받아 들고 데스크의 여자가 알려준 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전용 엘리베이터..?'
9. 인사팀장 박무한
- 28층입니다.
목적층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내음성이 나오고 잠시 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남자의 맞은편으로 세로로 긴 통유리창 세 개가 나있었고, 창밖으로 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였다. 왼쪽 복도 끝이 막혀있는 걸 본 남자는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열 걸음쯤 걸어가자 남자의 앞에서 다시 좌우로 복도가 나뉘었다. 잠시 망설이던 남자는 짙은 감색의 카펫이 깔려 있는 오른쪽 복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정도 걸었으면 뭐가 나와도 나와야 되지 않을까, 왼쪽으로 꺾었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남자의 머릿속에 들기 시작할 때쯤 5-6미터 앞에 복도 전체를 막고 있는 불투명한 유리문이 보였다. 유리문 왼쪽 상단에는 '샤크컨설팅'이라고 쓰인 아주 작은 동판이 걸려있었다. 남자는 양복 상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려는 순간, 불투명한 유리문이 열렸다. 그리고 열린 문 너머에서 중년의 남성이 걸어 나왔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호감 가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복도를 가득 채웠다. 목소리의 주인은 부담스럽지도 그렇다고 경박스럽지도 않은 딱 적당한 각도로 허리를 숙여 정중히 인사를 했다. 남자는 핸드폰을 꺼내려 상의 주머니에 넣고 있던 손을 재빨리 빼고 마주 허리를 숙였다. 고개를 막 들려고 하는 순간 상대가 내민 오른손이 남자의 시야에 들어왔다. 유리문이 열리고 중년의 남성이 걸어온 그 순간부터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모든 장면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러워 오히려 미묘하게 이질적인 감정이 드는 남자였다. 하지만 상대가 내민 오른손이 자신의 복부를 향해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며 남자는 어쩔 수 없이 오른손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샤크 컨설팅 인사팀장 박무한입니다."
"아.. 네.. 처음 뵙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시죠."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