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특별한 취향

알바_자멸로 이끄는

by 박나비

유리문 안쪽은 기이했다. 바깥쪽과 마찬가지로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었지만 바닥의 색이 달랐다. 짙은 감색의 바깥쪽과는 달리 안쪽의 바닥엔 검은 카펫이 깔려있었는데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으로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복도의 양쪽 벽은 짙은 나무색이었다. 페인트나 합판이 아니라 나무의 결과 입체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진짜 나무로 만들어진 벽이었다.


오른쪽 벽 상단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작은 등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조도가 상당히 낮아 복도의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건 기이하다 못해 섬뜩함을 자아냈다.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져있는지 모를 긴 복도를 오늘 처음 보는 사람과 걸어가며 남자는 불현듯 또 다른 공포를 느꼈다.


넓은 복도의 어디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 또는 사람의 흔적. 둘 다.


28층으로 올라온 뒤 만난 사람이라곤 본인을 인사팀장이라고 소개한 중년의 남성이 전부였다. 사무실의 안내데스크도 복도를 지나다니는 직원들도 없었고, 보통의 사무실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복사기나 서류함, 캐비닛… 심지어 평범한 화분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검은 카펫이 깔린 바닥과 진짜 나무로 만든 벽, 오른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켜져 있는 매우 낮은 조도의 조명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걷고 있는 낯선 남성의 등이 남자의 눈에 보이는 전부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와 사람 또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복도에서 남자는 섬뜩함과 꺼림칙함을 동시에 느끼며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려야 할지 고민했지만 이제 와서 돌아가기엔 자신의 상황도 그리고 지금 이 공간의 상황도 모두 여의치 않음을 깨닫고는 그저 중년 남성의 뒤를 묵묵히 따라갈 뿐이었다.


10. 특별한 취향

“좀... 많이 다르죠?”


한참을 앞장서 걸어가던 인사팀장이 걸음을 멈추더니 몸을 돌려 남자를 향해 말을 건넸다. '무엇이', '어떻게'가 빠진 저 허술한 문장만 듣고도 남자는 그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 네... 그러네요.”


“저희 대표님께서 취향이 좀.. 특별하셔서요.”


특별? 이런 건.. 특별이 아니라 특이하다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


“다 왔습니다. 이쪽입니다.”


인사팀장의 말과 손짓에 따라 남자는 왼쪽으로 몸을 틀었다. 지금까지 걸어오며 질리도록 봐온 진짜 나무로 만들어진 벽이 남자의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남자는 인사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런 표정을 보는 게 익숙한 듯 인사팀장은 아무 말 없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무벽 중간 부분에 손을 가져다 댈 뿐이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자는 다시 한번 의아한 표정으로 인사팀장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오른손을 나무 벽에 갖다 댄 채로 정면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기이하다 못해 섬뜩한 분위기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남자였다. 거기에 중년 남성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까지 더해지자 남자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아니, 지금 뭐하는..."


그때였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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