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_자멸로 이끄는
거대한 상어.
거의 한쪽 벽 전부를 차지하다시피 하며 보는 이에게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그림은 바다와 상어를 그린 그림이었다. 그리고 그림을 마주하는 순간 남자는 순식간에 그림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 없이 길고 음습했던 복도를 걸을 때도
벽인 줄 알았던 곳이 갑자기 문으로 변할 때도
그 문 뒤에 숨겨진 기이한 방을 보았을 때도
남자는 이렇게까지 놀랍진 않았다.
12. 침몰하기 직전의 작은 배
남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의 한가운데 침몰하기 직전의 작은 배 위에 서있었다. 남자의 눈앞으로 해일과도 같은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그 거대한 파도에서 떨어져 나온 수 백, 수 천 개의 물보라들이 남자의 눈앞에서 하얗게 비산 했고 남자는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전신에 스며드는 두려움을 떨쳐내려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렸을 때, 남자는 숨을 멈추었다.
거대한 해일과도 같은 파도와 수 백, 수 천 개의 물보라마저 잊게 만드는 엄청난 존재가 바로 거기 있었다. 빛조차 삼켜버리는 블랙홀과도 같은 새까만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상어. 활짝 벌린 입 안으로 보이는 수 백 개의 크고 날카로운 이빨들이 당장이라도 자신의 온몸을 난도질할 것만 같았다. 남자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는 오른팔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에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오른팔을 가볍게 터치하며 가볍게 웃고 있는 인사팀장이었다.
“아…죄송합니다. 그림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림에 집중한 나머지 몇 번의 부름도 듣지 못한 남자였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 방에 처음 들어오신 분들은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이시더군요. 하긴 저도 처음 저 그림을 봤을 땐…”
말을 끝까지 맺지 못하고 벽면의 그림을 응시하고 있는 인사팀장의 얼굴 위로 뭐라 단정 지어 말하기 힘든 수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움, 아쉬움, 서운함, 억울함, 두려움
후회, 좌절, 분노, 체념, 불안, 자조
인사팀장의 얼굴에 아주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온갖 감정의 편린들을 남자는 바라보았다.
“이런..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점점 감상적이 되어가네요. 소파에 앉아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곧 대표님께서 오실 겁니다.”
“아.. 네..”
무엇 때문일까. 무엇이 저 사람으로 하여금 저렇게 다양한 감정들을 떠오르게 했을까. 남자는 속으로 궁금증을 삼키며 짙은 녹색의 벨벳소파에 앉았다. 속으로 1부터 숫자를 세어보던 남자는 30이 되자 숫자세기를 포기했다. 대신 눈앞에 보이는 테이블의 삼각형 문양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불현듯 남자는 처음 보았을 때 용의 비늘이라 생각했던 테이블 가장자리의 이 삼각형 문양들이 용의 비늘보다는 다른 무언가를 더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숫자가 커질수록 짐작은 점점 확신으로 변했고, 테이블을 바라보던 남자의 시선이 다시 벽면의 그림으로 향했다. 남자는 이 삼각형들이 무엇을 표현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의 온몸을 난도질할 것만 같았던 수 백 개의 날카로운 이빨들이었다.
- 지이잉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의 뒤쪽에서 이미 한 번 들어보았던 진동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진동음의 뒤를 이어 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가 바로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