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대표이사 이진경

알바_자멸로 이끄는

by 박나비

-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였다.

또 다른 비밀의 문이 열리는 진동음 뒤에 들려온, 남자가 바로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게 만든 소리의 정체는. 숨을 조금만 크게 쉬어도 공간 전체에 그 작은 숨소리가 울려 퍼질 것 만 같은 침묵으로 뒤덮인 이 공간에 또각거리는 하이힐 소리는 마른하늘에 울려 퍼지는 천둥소리와도 같았다.


고개를 돌려 하이힐 소리의 주인과 눈이 마주친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이 들어온 벽면과 동일한 크기로 소파 반대쪽 벽의 한 부분이 아치형으로 뚫려있었고 그곳에서 하이힐의 주인이 남자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13. 대표이사 이진경


30대 중반?

40대 초반?

남자는 여자의 나이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화이트 셔츠

버건디 컬러의 정장 바지

그리고 같은 컬러의 힐슈즈


어느 것 하나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았고

어느 것 하나 어울리지 않는 게 없었다.


아니 다른 누군가에겐 과하거나 모자랐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남자의 눈앞으로 걸어오고 있는 이 여자에겐 어느 것 하나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았고 어느 것 하나 어울리지 않는 게 없었다. 완벽한 착장이었다.


- 또각또각


하이힐이 바닥에 닿으며 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제 여자의 얼굴이 조금 더 자세히 보였다.


매력적이다.

예쁜 것보다는 아름답다는 말이,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매력적이라는 표현이

여자와 가장 잘 어울렸다.


남자는 다른 미사여구를 더 떠올려 보려 했지만 오히려 그 미사여구로 인해 여자의 매력이 한정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과하지 않은 화장과 심플하게 하나로 묶은 헤어스타일이 여자의 나이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들었다. 다 묶이지 않은 밝은 갈색의 앞 머리 일부가 여자의 얼굴 양옆에서 자연스럽게 흔들렸다. 그리고 이 모습이 여자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남자는 문득 녹색 벨벳소파와 여자의 버건디 바지가 무척이나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전까지 어둡다는 느낌을 주던 공간이 여자의 등장으로 완전히 반전되었다. 이제 전혀 어둡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샤크컨설팅 대표 이진경입니다.”


그저 인사말 한마디를 들었을 뿐이었지만, 남자는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여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으라면 정확히 이 목소리일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아... 네... 반갑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던 남자의 앞으로 희고 작은 손이 불쑥 들어왔다. 여자가 내민 오른손을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남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악수... 싫어하세요?”






*사진출처: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