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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Dec 19. 2023

작가 작가 해준께네 다 똑같은 작가로 보이요

와인 한 스푼, 수다 세 스푼 일상 와인 스토리 시즌3

사실, 오늘이 며칠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급격히 추워진 날씨 탓에

12월에 들어선 지도 제법 지났겠거니 하며

핸드폰 달력을 슬쩍 본 것 뿐이었다.


12월 19일, 화요일.

핸드폰의 캘린더는 오늘이 몇 월의 며칠이고,

무슨 요일인지를 단번에 보여준다.

벌써 12월도 중순이 훌쩍 지났네.

열흘 남짓 남았구나. 2023년도..


잠깐, 12월 19일? 12월 중순이 지났으면…

브런치 앱을 켜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지 글을 클릭해 본다.



오늘이 12월 19일… 헉.


‘와인의 세계에 이제 막 발을 내딛으려는

당신을 위한 고품격 와인 스토리’라고 쓰고,

‘와인 한 스푼에 수다 세 스푼의 믹스커피 같은

와인 이야기’라고 읽는 일상와인 스토리.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발표일을

하루 앞두고 시즌3 제22화, 시작.




제22화. 작가 작가 해준께네 다 똑같은 작가로 보이요?


9월 15일, 일상와인스토리 제10화를 발행하면서

시즌1을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이 10편의 에피소드를 브런치북으로 엮어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공모전에 응모했다.


12월 19일까지 추가로 11편의 에피소드를

더 발행해서 지금까지 총 21편의 일상와인스토리를

선보였으니(틈틈이 다른 글들을 쓰기도 했으니)

다작(多作)은 아니더라도 과작(寡作)도 아니었다

생각한다.


브런치북 공모전에 응모한 뒤로는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다.


10편의 대상 수상작에 선정되면 가족들에게는

알릴까.

친구들에게는 한 턱 거하게 수상턱을 내야 하지

않을까.

수상 후 출판을 위한 작업은 많이 힘들까.


물론 매일 상상의 나래를 편 것은 아니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다가 문득.

내 글을 쓰다가 문득.

이렇게 문득문득 생각이 날 때가 있었다.


수요일, 내일이 수상작 발표일이니 이제 하루가

남았다.

응모작품의 수가 8800편이라는데

10편을 뽑는 대상작에 과연 내 글이 선정이 될까.

기대 반, 체념 반의 상태로 공모전의 공지글을

다시 한번 읽어 내려간다.



수상작 후보를 선정한 뒤, 해당 작가에게 연락하여

책 출간 의사를 확인하고~ 검토 등의 과정을

거친 후 최종 수상을 결정합니다


뭐라고?

발표일 전에 이미 수상작을 선정한다는 말인즉슨,

선정된 작품의 작가님들에게는

연락이 벌써 다 갔다는 말?


브런치북에서 지난 브런치북 대상과 관련된 글들을

검색해서 찾아본다. 모 작가님이 쓴 글에서 보다

정확하게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작가님들에게는

늦어도 일주일 전에 연락이 간다고 한다.


발표일이 12월 20일이니 적어도 12월 13일에는

연락을 받았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나는 그 어떤 연락도 받은 게 없다.

이렇게 내 생에 첫 브런치북 공모전은

발표일 하루 전, 수상 결과를 짐작하게 되면서

자체적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응모한 작품의 수준에 상관없이

출품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말의 기대를 하게

만든다.

공모전이란 그런 것이다.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이경영… 연기로는 감히

논하는 것조차 실례가 될 것 같은 대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 ‘내부자들’


정치, 경제, 법조, 언론 등 대한민국 특권층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영화를 나는 세 번은 넘게

본 것 같다.


대배우들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지만,

누가 뭐래도 이 영화의 씬스틸러는,

“여 썰고, 여 하나 썰고… 거기 말고 여 썰으라고” 의

조우진 배우다.

정말이지 엄청난 존재감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영화에서 조우진 배우의 명대사를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첫손가락에 꼽는 게

여썰고 저썰고의 저 대사겠지만,

나에게 최고의 명대사는 그 앞부분이다.


창고의 문을 열고, 야근에 찌든 피곤한 직장인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조상무가 의자에 묶어 놓은

안상구를 향해 다가오며 이렇게 말을 한다.


“안상구 사장.

사장, 사장 해준께네 다 똑같은 사장으로 보이요.

사이즈가 다르잖아.”


이후에도 조우진 배우의 명대사가 몇 개 더 있는데,

영화를 본 후로 저 대사만 유독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깡패 출신으로 아득바득 발버둥을 친 끝에

연예 기획사 사장까지 올라오며 권력의 가장

바깥 줄기 하나를 잡은 듯해 보여도,

진짜 권력자 앞에서는 이 모든 게 무의미하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스스로 나 자신을 ‘작가’라고

칭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굳이 ‘작가’라는 표현이 필요한 문장에서는

애써 ‘글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의식적으로

사용을 피했다.


하지만 조금씩 늘어나는 라이킷수와 댓글에 취해

말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어느새 ‘작가’라는 호칭에

익숙해져갔다. 그리고 그 호칭에 익숙해질수록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커져갔나보다.


하지만 오늘, 12월 19일이 되어서야

나는 내가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수상작가로 뽑히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

발표일을 하루 앞두고 한기가 도는 거실 베란다 앞

책상에서 이렇게 낙선의 심경을 두드리고 있다.


당선이 되면 가족에게 알려야 할까에 대한 물음은

낙선이 되었으니 가족에게 알리는 것으로

답을 정했다.


틈 날 때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양엄지를

현란하게 휘두르고 있는 모습을,

가끔 숙제를 하는 아이 옆에서 넋 놓고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내 모습을,

그런 이상한 모습들을 의아하게 쳐다보면서도

뭘 하는지 한 번도 물어보지 않은 같이 사는 분께는

이 사실을 말할 생각이다.


“여보, 나 브런치북 출판 공모전에서 11등 했어.” 


그리고 아쉽게도 10편을 뽑는 대회여서

11등인 나는 상금과 출판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말할 생각이다.

8800편의 출품작 중에 내 글이 몇 등인지는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10편의 수상작에는 들지 못했더라도,

11등이라고 하는 게 숫제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내부자들’의 또 다른 명대사가

하나 생각난다.


“추억은 가슴에 묻고, 떠나간 버스는 미련을 버려” 



* 저와 함께 공동 11등을 한

8790편의 모든 작가님들에게 전합니다.    

우리, 각자의 응모작은 가슴에 묻고,

떠나간 대상에는 미련을 버리기로 해요.


세 잔의 술로 이번 화를 마무리하겠습니다.


한 잔은, 열심히 글을 쓴 우리 모두를 위해.

또 한 잔은, 이렇게 글을 쓸 곳을 마련해 준

브런치북을 위해.

그리고 마지막 한 잔은, 다시 글을 쓸 멋진 나를 위해.


* 10편의 수상작에 뽑히신 작가님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따로 해드릴 수 있는 건 없고,

출판이 되면 꼭 종이책으로 사서 보겠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저 포함 공동 11등을 하신

제11회 브런치북 출간 프로젝트에 응모하신

모든 작가님들의 아쉬움을 달래줄

와인 하나 소개드립니다.

그래도 명색이 일상 와인 스토리인데,

와인 얘기를 쏙 빼놓고 이렇게 끝낼 수는 없잖아요.


미떼루노 마야카바 말벡

(Mi Terruno, Mayacaba Malbec),

아르헨티나 레드 와인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

멘도자 지역의 ‘미떼루아’ 와이너리에서 재배되는

100% 말벡 품종의 와인으로,

프랑스 오크통에서 20개월 숙성시켜 출시합니다.


LG트윈스 고우석 선수와 이종범 코치의 딸

(이제는 이정후 선수의 여동생이 더 맞는 것 같네요)

결혼식 답례품으로 이 와인을 선물했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 말벡 치고는 부드러운 느낌이 살짝

들어서, 오늘처럼 공동 11등을 한 아쉬움을

달래는데 제격입니다.

할인가 3만 원 중후반대, 상시가 5~6만 원대로

할인가로 구매하시면 후회 없을 와인입니다.


그럼 오늘도 당신의 행복한 와인 생활을 기원하며,

이만.




*사진출처:‘내부자들’ 영화 장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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