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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일을 생각하자

일이 점점 커졌습니다

by 박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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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점점 커졌습니다.

괜히 안 하던 프롤로그 같은 걸 해가지고.

여러분의 기대감만 높인 것 같습니다.


<서커스 매직 유랑기> 글을 올리자마자

바로 '아 사고 쳤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댓글들을 보며 이 쎄한 느낌은...

뒤에 계신 분은 제 어머니가 확실합니다!

'이번 연재는 제가 사고 친 게 확실합니다!'


저는 왜,

브런치북 이름을 저리도 요란하게 지었을까요.

예고글을 뭐 그렇게 형형색색 요란하게 썼을까요.


제목과 예고글만 보면

<서커스 매직 유랑기>는..


1. 박나비가 외발 자전거를 타고

2. 입으로 불을 뿜으며

3. 양손으론 저글링으로 공 5개를 돌리면서

4. 전국 팔도 방방곡곡을 누비며 유명 맛집들을 탐방하는


'본격 로드 버라이어티 테이스티+액션+맬로+스릴+코미디+감동의 대서사시'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래야만 합니다!

박나비가 사기꾼이 아니라면 말이죠.


하지만 현실은,

1. 박나비는 따릉이는 제법 타는 편이지만 외발

자전거는 XX 년 평생 단 한 번도 타본 적이 없고요.

2. 불같은 화를 뿜을 수는 있을지언정,

진짜 불을 뿜었다간 병원이나 경찰서 둘 중 한 곳은

백 퍼센트입니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소방서는

디폴트입니다.

3. 겨울이면 귤 두 개로 최저 난이도의 저글링을

시도해 보곤 하지만 한 번도 두 개 이상 성공해 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올 겨울은 귤값이 금값이라

입에 넣어본 귤도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저글링 연습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어봤습니다.

4. 부산 태생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유학을 온 유학생이라, 부산 맛집도 전혀 모릅니다.

오죽했으면 부산 여행 한 번 다녀오신 서울 분이

저에게 주민등록초본을 떼와보라고...


그러니 미리 사죄드립니다.

<서커스 매직 유랑기>는

'본격 로드 버라이어티 테이스티+액션+맬로+스릴+코미디+감동의 대서사시'(이고 싶습니다)

가 아니라,


박나비가 잘 나가는 직장인, 사업자 친구들

등 처먹고 다니는 과의 돈독한 우정을 기반으로

밥과 술을 얻어먹고 다니는 그저 그런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렇게 끝을 모호하게 맺는 이유는 저도 아직

내용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하하;;


사실, 연재를 결심하게 된 과정도

무고민, 무계획, 무감당, 무책임의 완벽한

4無 종합선물세트의 끝판왕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날따라 침대에 누워 흥얼거리던 노래가

크라잉넛의 '서커스매직유랑단'이었고,

흥얼거리다 보니

요즘 제 처지와 가사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홀린 듯 일어나 글을 쓰고 발행을 해버렸더랬죠.


저는 정말 저 날의 제 자신을 용서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가장 중요한 글의 내용과 컨셉은

1도 고민하지 않고,

'브런치북 본문 텍스트에 사용할 수 있는 컬러는

10개 밖에 없네' 같은 등신 같은 고민이나 하고

앉아 있었을까요.


참으로 해맑은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니, 참으로 해맑은 등신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여러분,

앞으로 어떤 일을 계획하실 때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무엇보다 신중히, 가능한한 꼼꼼히

고민하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의 저처럼

'아, 지금이라도 외발자전거와 저글링을 배워

매주 금요일마다 글 대신 사진이라도 올리면

되지 않을까' 따위의 망상이나 하고 앉아 있는,

아주 해맑은 등신이 되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지를 때 지르시더라도.


뒷일을 생각하십쇼!


* 오늘을 빼면 이제 2일 남았네요.

어쨌든 금요일에 ‘서커스 매직 유랑기’로

다시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저는 안녕하지 못할 것 같아 여러분이라도 :)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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