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실현은 회사에서도 가능하더라

일의 재정의

by 박노아


회사는 생계였고, 나는 늘 배고팠다


자아실현을 위해 회사를 다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란, 오직 돈을 벌기 위한 생계형 공간이라고만 여겼다.

늘 돈이 부족했다.
펑펑 쓰지도 않았는데, 돈은 물처럼 빠져나갔고,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흩어졌다.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며 살다 보니
어느덧 직장 생활 20년 차가 되었다.

작은 회사라 급여가 크진 않았지만,
맞벌이로 그럭저럭 살아갈 수는 있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육아와 교육은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며
대충이나마 마침표를 찍었다.


그때였다.
‘이제 나는 자유인가?’
그리고 그즈음, 머릿속을 스친 단어 하나.

자아실현.




자아실현이라는 낯선 단어


자아실현(自我實現).

말 그대로, 나 자신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일이다.

잠재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내가 가진 이상과 본질을 삶 속에서 구현하는 과정.

매슬로의 욕구 단계론에서는
가장 꼭대기에 놓인 욕구라고 배웠다.

단순히 목표를 이루는 것을 넘어
나를 이해하고,
나를 완성해 가는 일.

그동안의 나는

이 단어를 회사와는 전혀 연결 짓지 않았다.




회사는 돈 말고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믿었다


회사 생활은 늘 ‘돈’으로만 환산했다.
버티면 월급,
참으면 급여.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회사는
자아실현을 하기에
생각보다 꽤 괜찮은 장소라는 걸.






성취감은 가장 높은 욕구였다


업무를 통해 성과를 내고,
그 결과를 마주했을 때의 감각.

그건 단순한 만족이 아니었다.
매슬로가 말한 최상위 욕구에 가까웠다.

짧지만 강렬한 성취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종의 러너스 하이 같은 감정.

아주 사소한 일도
몇 번 반복하면 경력이 되고,
그 경력은 나의 내적·외적 자산이 된다.






회사는 가장 현실적인 학교였다


회사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공짜로 배운다.
실무로 익히니 학원보다 빠르다.
게다가 계속 업그레이드된다.

사람을 통해
세상의 흐름을 읽고, 소문을 듣고,
지표를 감각적으로 체득한다.

“아, 내가 아직 세상 안에 있구나.”
그런 느낌이 든다.

가끔은
왠지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 같다는
이상한 착각도 스친다.






돈을 벌면서 나를 키운다면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돈까지 번다면?

그건 생계도 되고, 성장도 되고, 자아실현까지 되는 일석이조를 넘어

꽤 괜찮은 삶의 구조다.

회사는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나를 단련하고 실현하는 공간일 수 있다.


이제야,
그렇게 보이기 시작했다.

생계를 위해 억지로 몸을 일으켰던 수많은 아침들과 출근길.


"회사야, 그동안 참 고생 많았다. 그리고 나도, 참 잘 버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