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방향 좌석에서 배운 것

역방향 기차를 예매했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by 박노아


뒷걸음질 치는 풍경


출장길, 서울역에서 대전으로 향하는 길, 무심코 예매한 기차표는 역방향 좌석이었다. 멍하니 앉아있는데 덜컹거리는 움직임과 함께 창밖의 사물이 뒤로 물러나며 휙휙 지나쳐간다. 마치 풍경이 뒷걸음질 치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바라보니, 내 몸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분이다.



'만약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면?' 천천히 되뇌어 본다.






엄마의 생일파티


시간의 태엽을 감아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는 가장 먼저 그리운 엄마를 볼 것이다. 중학교 2학년 생일잔치를 해주셨던 그때로 돌아갈 것이다.


가난했지만 웃음이 가득했던 그때. 어려운 가정환경에도 기죽지 말라며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어주셨던 엄마. 그 따뜻했던 날들을 온몸으로 마주 안아볼 것이다. 나중에 친구들이 말했다. 부러웠다고.

"엄마, 파티는 성공이었어요."






버리고 싶은 마음들


그리고 지난날 나의 잘못된 행동들을 수정할 것이다.

교만했던 마음, 쓸데없는 질투, 이유 모를 짜증, 부질없는 욕심들... 그 모난 마음들을 버리고 시간과 마음을 바르게 쓰고 싶다. 후회할 행동은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을 것이다. 굳이 부딪혀서 배우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일들이 살아 보니 많았다.


그걸 깨닫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다시 쓰고 싶은 관계들


내 동생에게는 더 친절하고 다정한 말을 건넬 것이다. 세 살 차이나는 동생을 왜 미워했는지, 알뜰히 챙겨 주지 않았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어린 동생이었을 뿐인데.


아버지의 지친 어깨와 생계를 위해 수고한 두 다리를 성의껏 주물러 드릴 것이다. 친구들에게도 따뜻하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대해 줄 것이다.


나의 아이들에게 상냥한 미소와 뜨거운 사랑을 아끼지 않는 엄마로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이 반듯하게 자라지 못할까 봐 엄하게 대하고 자로 재듯이 키우느라, 곁을 많이 내어주지 못했다. 그 단단했던 마음을 풀고 싶다.


"나중에"라는 핑계 뒤로 미뤄두었던 그 모든 사랑을 당장 오늘로 당겨오고 싶다.






역방향의 역설


창밖의 풍경은 여전히 뒤로 달아나고 있지만, 기차는 결국 대전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역방향 좌석이 내게 가르쳐준 진리는 결국 하나였다. 시간은 뒷걸음질 칠 수 없으며, 지나간 풍경은 결코 다시 붙잡을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내 생의 '역방향' 시작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하는 대신, 남은 시간을 오직 사랑으로 채워나가야 할 시작점.

역방향 기차에서 내리는 순간, 나는 과거로 돌아간 듯한 마음으로 오늘 만나는 이들을 더 뜨겁게 마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