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버스에서 본 아침
바쁜 출근길 아침, 나는 지금 용산 어딘가를 지나는 지하철 대신 프리미엄 버스의 안락한 시트에 몸을 누이고 있다. 창밖으로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등굣길과 출근길이 스쳐 지나간다.
신호등을 건너고, 버스를 기다리고, 느릿느릿 지팡이에 의지해 아침을 실어 보내는 풍경들. 일상이라면 나도 저 인파 속에 섞여 있었겠지만, 오늘은 과감히 여행을 택했다.
새벽 6시부터 부산하게 움직여 도착한 고속버스 터미널. 예전엔 내가 앞장서야 마음이 놓였는데, 이제는 동행자인 딸 덕분에 플랫폼 찾기가 수월하다. 30분 일찍 도착한 내게 화장실 다녀오라며 여유를 건네는 딸의 모습에서 어느덧 성인의 몫을 해내는 대견함이 읽힌다.
처음 타본 프리미엄 버스는 역시 달랐다.
완전히 누워 갈 수 있는 시트에 개인 커튼까지 있어 프라이버시가 완벽히 보호된다. 이 정도면 저녁에 타도 참 좋을 버스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속초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현실적인 고민이 시작되었다. 금강산 콘도까지 가는 시간이 버스로 무려 두 시간이나 걸린단다. GPT는 분명 내게 택시로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말이다.
문제는 택시비였다. 7만 원이라니. 내 생전 그런 택시비는 내본 적이 없다. 두 명의 프리미엄 버스비가 5만 8천 원인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택시비에 내 마음을 도저히 설득할 수 없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한 어르신이 아는 체를 하신다 "댁에 딸이유? 거기 대진에 가면 해수 사우나도 있고 바다가 파래서 경치가 좋아. 돈만 있으면 아주 좋지..."
그 한마디에 힘이 난다. 이미 알고 있는 정보지만, 낯선 길 위에서 누군가에게 다시 확인받는 안정감이란 참으로 다정하다.
드디어 대진행 버스가 도착했다.
100개의 정거장, 두 시간의 버스 여행.
앞만 보고 달려온 20년의 출근길에 비하면 이 정도 우회로쯤이야 즐거운 도전이다. 100번의 정거장마다 멈춰 서는 이 느릿한 여정이, 어쩌면 앞만 보고 달려온 내 20년에 대한 가장 정직한 보상일지도 모르겠다.
자, 이제 진짜 여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