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1호선 손절하고
여행을 떠났다

(부제: 지각은 했지만, 아름다웠어)

by 박노아


출근길에 만난 장애인연합 시위


서울역인지 시청에서인지 장애인 시위가 있었다. 열차의 승객을 빌미로 한 시위였다.


더 이상 들어갈 틈이 없는 지하철 문은 1분째 열려 있었고, 그 문을 사이에 두고 시민들의 발이 묶여버렸다. 어떤 이는 열차 안으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고, 다른 이들은 밖에서 다음 열차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열린 문 안의 승객과, 그 바로 앞에 줄을 서 있는 나는 의도치 않게 대치 상태가 되었다. 같은 시간을 살면서도 우리는 저마다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선다.


계속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할까. 무엇이 내게 이익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이 밀려왔다.




노량진역의 바람


기다린 지 20분이 지났다.


노량진역은 외부 역사라 바람이 그대로 통과하는 곳이다. 하필이면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나는 왜 춥디 추운 노량진역을 택했을까 자책했다.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오늘은 너무 추우니까 지하로만 다녀야지" 다짐했건만, 현관문을 나서며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등이 시릴 정도로 추운 겨울 아침, 나는 그저 이 열차가 어서 지나가고 다음 차가 오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30분을 기다려도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나는 기다림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하기로 했다.




아비규환의 버스 정류장


버스로 향했다. 그러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하철 역무원의 "돌아가라"는 안내 방송에 따라 사람들은 구름처럼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버스 정류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버스는 앞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뒷문으로 내리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 내리는 사람 힘에 밀려 덩달아 내렸다가 다시 못 올라탈 수도 있는 상황. 저러다 깔려 죽겠다 싶은 공포감마저 들었다.


'오늘 출근은 글렀나?'


나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방향을 틀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집 쪽으로 되돌아가, 7호선과 4호선을 이용해 우회하기로 한 것이다.





낯선 길이 준 선물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7호선으로 가기 위해 탄 낯선 마을버스는 내게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다. 창밖으로 스치는 낯선 동네의 풍경들.


"와, 이렇게 가면 이런 게 나오는구나."


분명 촌각을 다투는 출근길인데, 마치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7호선은 거짓말처럼 평온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출근을 마친 뒤라 자리도 넓고 열차 지연도 없었다.


조금 전 내가 선택했던 1호선과 버스 정류장이 자갈길이었다면, 이 평안함은 비단길 같았다. 고마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동작대교 위의 일출


환승한 4호선에서 나는 비로소 아침 해를 마주했다.


지하철이 이수교차로를 지나 동작대교 위를 달릴 때, 차창 밖으로 한강과 함께 떠오르는 해가 보였다. 따뜻한 커피처럼 포근함이 더해지는 순간이다.


사당과 방배의 교차점, 나에게는 고향이고, 삶의 시작점인 이곳. 파란색 아치가 돋보이는 동작대교와 양옆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강물 때문일까? 로맨틱한 기분도 들고, 묘하게 활기찬 기운이 솟아났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을 즐기며 출근하는 아침. 문득, 내가 포기하고 떠나온 노량진역의 상황이 궁금해진다.


내가 포기했던 그 열차는 그 뒤로 순항했을까? 그다음 버스는 빨리 왔으려나? 복잡하지는 않았을까?





가지않은 길


우리는 늘 가지 않은 길에 대해 궁금해한다.


하지만 지금 이 편안한 4호선에 앉아, 내가 놓치고 포기한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중에서 나에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꽉 막힌 길을 피해 돌아가는 길에서 나는 뜻밖의 '여행'을 했고, 아름다운 '일출'을 보았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안도가 공존하는, 말도 못 하게 벅찬 출근길 아침이다.





이 글은 출근길 시리즈로 옯겼으면 좋겠는데.. 방법을 몰라 혼자두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