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브레이크와 엑셀

조수석의 이기주의

by 박노아


지난밤 내린 눈 때문일까. 아침 공기가 눅눅하고 무겁다.


출근길, 슬그머니 그의 눈치를 살핀다. '오늘은 차를 가져갈까?' 같이 출근하는 길이니 차를 얻어 타면 참 편하련만, 그의 마음은 이미 자전거 핸들에 가 있는 듯하다.




조수석의 죄책감


곧 회사 주차장 공사가 시작되면 자가용 출근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일주일 남짓 남은 이 '자동차의 특권'을 나는 놓치고 싶지 않다.


운전에 자신이 없는 나는, 멀쩡한 차를 두고도 핸들을 잡지 못하는 죄책감과 편하게 가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늘 치사한 마음이 든다.


결국 차를 얻어 타고 도착한 회사 앞. 운전대를 놓으며 그가 한마디 한다.


“아, 오늘 운전을 한 시간 반이나 했어. 너무 피곤하다.”


그 말에 내 마음속 심술이 툭 튀어나왔다.


“한 시간 반이면 양호한 거지 뭘 그래? 그럴 거면 차는 뭐 하러 산 거야?”


쏘아붙이고 나니 속이 쓰리다. 그깟 차 좀 태워주면서 생색낸다는 생각에 얄미운 마음이 앞섰던 것이다. 미안함이 심술로 번지는 못난 순간이었다.






상상운전 체험하기


오늘 아침은 그의 피로를 간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조수석에 앉아 오른발을 가상의 브레이크와 액셀 페달 위에 올렸다. 교통 흐름에 맞춰 상상 운전을 시작했다. 앞차가 가면 부웅-액셀을 밟고, 서면 상상의 브레이크를 지그시 누른다.



나와 그의 운전법은 확실히 달랐다. 나는 겁이 많아 차간거리를 확보하느라 미리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지만, 그는 앞차 꽁무니에 바짝 붙인다. 나는 시차가 있는 것처럼 발이 머뭇거리는데, 그는 부드럽게 출발한다. 그는 운전을 잘하지만, 운전이라는 행위 자체를 몹시 싫어한다.



어느 정도 달려왔을까. 상상 운전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어느새 상상 운전을 포기하고 딴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래, 운전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고된 노동이구나'. 그가 그럴만하다.




각자의 출근길


하지만 조수석은 너무나 달콤하다. 알아서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것은 물론, 음악을 듣고 핸드폰을 보고 공상을 즐길 수도 있다. 이 편안함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나는 그가 운전해 주는 차를 선호하고, 그는 혼자 자전거를 타며 아침공기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독립적인 출근을 사랑한다. 자전거를 타면 건강까지 덤으로 얻으니 그에겐 자전거가 정답이다.


생각해 보니 그의 자전거 출근을 말릴 명분이 없다. 내 편안함을 위해 그의 자유를 뺏으려 했던 내 욕심이 부끄러워진다.


내일부터는 그의 자전거 바퀴가 경쾌하게 굴러가도록 심술을 좀 접어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