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igital wanderlust Dec 26. 2017

02 서비스 운영 업무

너무 지루해서 운영 말고 서비스 기획하고 싶어요

1. 서비스 운영 업무 구경도 못해본 1년 차예요

매우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채로 입사한 1년 차에게 복사, 미팅 어레인지, 주간 통계, 회식 장소 섭외, 워크숍 일정 계획, 팀 소모품 구입 등 정말 허드렛일만 1년 넘게 시키는 팀도 봤습니다. 그 과정을 지나서야 아주 단순하고도 루틴한 운영 업무를 주더군요. '내가 이런 일 하려고 그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이 곳에 입사했나.' 자괴감까지 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렇게 운영 업무를 하면서 본인이 맡고 있는 서비스 더 나아가 팀에서 만들고 운영하는 서비스들의 전반적인 시스템 파악이 가능한 시간이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사용자들은 절대 볼 수 없는 Back단(Admin, CMS, Back office 등 이를 지칭하는 용어들도 다양합니다. 나중에 또 언급하겠으나 적어도 단일 서비스 내에서는 기획, 디자인, 개발 모두 동일한 용어로 통일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통일된 용어 정의 또한 기획자의 역할입니다. 저는 Admin으로 통일하여 사용하겠습니다)을 통해 주로 운영 업무를 진행하면서 서비스 전체의 모습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여기서 잠시 저만의 서비스 기획원칙 여섯번째가 등장합니다.


No. 06 Keep service flow united.
 - 동일한 용어/동일한 위치/동일한 패턴.
 - User가 처음 접했을 때(학습 과정 가운데 있을 때) 통일성이 없을 경우 길을 잃고, 어렵게 느끼면서 재방문의 기회는 사라진다.


그러면서 누군가 이미 만들어 놓은 Admin을 통해 등록/수정/삭제하는 반복되는 업무가 지루하다는 생각보다는 '나도 언젠가 이러한 서비스뿐 아니라 Admin도 기획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즉, 남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단순히 활용한다는 측면보다는 'UI/UX 관점에서 이렇게 기획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더 편리했을 텐데..., 덜 복잡했을 텐데...' 그리고 '나. 라. 면 이렇게 기획하여 만들었을 텐데...'라는 간접 기획을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진행하며 바라보는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서 해당 서비스를 기획한 담당자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때로는 본인이 생각한 기획을 의견으로 제시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운영 업무 기간이나 과정을 건너뛰고 절대 기획일을 하려고 하지 마세요. 산수를 배우지 않고 수학을 배우려는 학생과 같아서 선생님(사수)은 매우 고달픕니다. 더불어 본인 역량 부족으로 인한 결과물은 평가로 이어지고 이는 곧 연봉 동결로 이어지는 불행의 지름길입니다.


2. 운영 업무하는 계약직(또는 아르바이트)인데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가요?

가끔 회사에서는 비용 절약을 위해 위와 같은 업무를 계약직(또는 아르바이트)으로 채용한 직원에게 맡기기도 합니다. 그 업무를 담당하는 계약직 직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도 동일 업계에서 종사하는 것인데 단지 정규직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그들 가운데서는 기존재하는 Admin을 통해 아주 성실하고 꼼꼼하게 운영 업무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는데 딱 거기까지입니다.
회사는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인터뷰를 통해 정규직 전환 기회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어떠한 어필이나 노력이나 시도가 안 보였기에 다시 언급하지만 딱 거기까지이기에 전환할 이유를 찾지 못 한채 법규상 2년 만기가 되면 퇴사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한 번은 해당 업무가 우리팀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동시에 신규 입사한 계약직 친구가 그 운영 업무를 맡아 진행하는데 정말 수많은 버그로 시스템이 말썽이라 매일 같이 제게 와서 보고를 하다 보니 저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같이 들여다보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보통 사용자에게 보여지는 프런트 페이지(웹사이트나 App.)가 우선이기에 admin은 좀 버그가 있고 허술하고 불편해도 ROI상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리다 보니 운영자는 그런 불편한 환경에서 업무 처리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여하튼 그때 전임자였던 친구가 '정말 엄청난 삽질하며 힘들었겠다'라는 생각까지 들면서 한편으로는 '이러한 내용들을 어필하고 이용자로서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표현들이 딱 거기까지가 아닌 그 이상이 되어주기 때문이지요.
만약 IT업계에 종사하고,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며 계약 만료 시점에 정규직 전환 기회가 있는 분이 보게 되거든 본인의 목소리를 내주세요. 구체적으로 문서화해서 보고하는 형식이면 더더욱 좋습니다. 정규직 전환 어렵지 않습니다. 정규직이 복사나 통계 작업 등 허드렛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훨씬 더 난이도 있는 업무를 하는데도 기회를 놓치는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경험을 봤었기에 말씀드립니다.

3. 운영 업무를 하면서도 보람을 얻을 수 있나요?
조금씩 기획 업무에 메인으로든 큰 프로젝트인 경우 서브로든 투입되기 시작한 4, 5년 차 기획자만 되어도 운영 업무는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정말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과장 2년 차 때 프로젝트 막바지 QA 작업하느라 정신이 없다 보니 팀장님이 대리 2년 차 직원에게 이 서비스의 소개와 도움말 웹 페이지를 만들라고 시킨 적이 있었는데 대놓고 싫은 티 팍팍 내며 억지로 진행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경력 5년 차쯤 되다 보면 회사의 시스템뿐 아니라 서비스의 전체 구조도 파악되어 본인도 이제는 프로젝트성 업무만 하고 싶은, 한창 자신감 충만할 때다 보니 저런 업무는 그저 시시해 보이고, 제가 해야 할 업무를 대신해주는 것만 같고 해서 하기 싫었을 것입니다.

저는 운영 업무가 '서비스의 꽃'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물론 Admin을 통한 단순 등록 업무이나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즉 어떠한 콘텐츠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사용자들은 감동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아냥 거리거나 분노하기도 합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매출이 있는 서비스의 경우 어떻게 운영을 신비롭고 활기차고 신선하고 눈부시고 화려하고 감동적으로 발휘하느냐에 따라 대박이 날 수도 있고 쪽박이 날 수도(형식적인 운영만 지속하는 경우) 있습니다. 여기에는 마케팅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마케팅을 할 수 없는 환경일 때에는 더더욱 운영의 묘미가 재방문율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게 됩니다. 전적으로 운영자의 몫이지요.

다시 언급하지만 타인이 만든 Admin을 통해 관리 운영만 하는 업무라 생각하면 본인에게도 한없이 지루하고 발전없고 재미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Admin에서 개선점을 찾고(100%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통계(운영에 있어 통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를 내고 이를 통해 더 흥미로운 콘텐츠(또는 제품)를 제시함으로써 매출 향상으로까지 이어지도록 만든다면 당신이 바로 '꽃을 피운 사람'입니다.
꽃이 피려면 적어도 한동안 관심을 가지고 물도 주며 따사롭게 돌봐줘야 합니다. 즉, 운영 업무는 결코 지루한 일이 아닌데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하찮게 여겨지거든 그 시기를 견뎌내 극복하거나(다음 단계는 반드시 찾아옵니다) 아니다 싶으면 본인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시금 신중히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이기에 그리고 하고 싶거나 관심 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분명 존재할 것이기에 굳이 원하지 않은 일을 하며 불행하게 인생을 낭비하며 살지 말라는 이야기는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도 발은 담갔으니 그냥 해야지'라고 보기엔 인생이 생각보다 길거든요.

매거진의 이전글 01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