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시간은 고작 4개월
"이제 곧 수능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이 일본은 무슨 일본이니?"
이른 아침부터 나는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고3 수험생활이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2의 겨울방학은 중요한 시기였다. 독서실의 다른 친구들은 이미 수능 대비반에 모두 등록을 해서 다니고 있었다. 반면 나는 학원은커녕 오히려 해외 여행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다.
"어머니, 아직 고3이 된 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1년 동안 낭비하게 될 시간 중 딱 7일만 미리 당겨서 다녀올게요."
나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어머니를 설득했다. 일주일간의 일본 여행을 다녀오는 대신 남은 수험생활 동안 빈둥거릴 수도 있는(?) 7일의 시간을 당겨서 놀겠다는 논리였다. 어쨌든 나는 원하는 것을 무조건 손에 넣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부모님을 설득했고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손에 넣었다.
생애 첫 해외 여행! 공항으로 가는 발걸음에 느끼던 그 설렘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간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일본은 어떤 곳일까? 한국과는 어떻게 다를까? 도시는 어떻게 생겼을까? 온갖 호기심으로 18살 고등학생의 가슴은 한껏 부풀어 올라 있었다.
약 1시간 50분을 날아서 드디어 일본의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고 나는 일본땅을 밟았다. 모든 게 신기했다. 차를 탔더니 핸들이 오른쪽에 달려있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도로 위의 표지판도, 가게의 간판도 모두 일본어로 쓰여져 있었다. 음식점에 들어갔더니 일본어를 쓰는 점원이 일본어로 쓰인 메뉴판을 갖다 주었다. 나는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내고서야 겨우 실감이 났다.
'내가 정말 일본에 왔구나!'
나는 당시 모 단체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일본에 간 것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현지의 또래학생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커다란 강당에서 자매결연을 맺었다. 처음 만났고,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또래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웠다.
그런데 언어가 문제였다. 간단한 인삿말 정도는 할 줄 알았지만 대화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손짓 발짓을 섞어 대화하는 모습이 얼핏 보면 동물원을 연상시켰다. 우리는 일정의 절반 이상을 함께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마음이 통하자 서로 간에 더욱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바로 이 학생들과의 교류가 내 마음에 외국어 공부의 동기를 심어준 계기가 됐다. 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직접 나의 입으로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 나의 마음을 직접 표현하고 전하고 싶다.'고 강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첫 해외여행에서 얻은 감동을 오랫동안 가슴에 간직했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외국이 존재한다는 것, 하지만 똑같이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 다만 언어가 다를 뿐이라는 것'이라는 사실은 단순했지만 내게 생각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나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었고, 그래서 외국어를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고3이 될 입장이었고 따라서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를 해야만 했다. 모의고사를 치르고 내신 성적을 관리하면서 수능 시험을 대비해야 했다. 외국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마냥 원하는 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수능 시험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외국어만 가지고 대학교를 갈 수는 없을까?'
이리저리 조사를 해본 결과,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은 특별전형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전문가 특별전형'
영어와 제 2외국어를 구사하는 학생을 뽑는 전형이었는데 학교 성적이나 모의고사 성적은 전혀 필요 없는 전형이었다. 오로지 외국어 실력 하나만을 보고 뽑는 시험이었다. 그 전형이 있음을 알자마자 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마음을 굳혀버렸다. 바로 이게 나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이다.
'이 시험에 붙으면 나는 대학에 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고졸로 끝이다. 차선은 없다.'
이렇게 혼자서 멋대로 결정을 내려버렸다. 나는 개념이 없었다. 일반 인문계 학생이 한국외국어대학교에, 2개 국어 특기자로 지원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도전인지 몰랐다. 비(非) 유학자에 외국어 실력도 평범한 학생이 수시 1학기에 도전한다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일본어는 인사말 정도 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영어는 교과서로 배운 것이 전부였는데 말이다. 심지어 수시 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4개월...
그러나 이미 내 마음은 국제전문가 전형에 모조리 쏠려있었다. 그것 만이 대학진학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님께 그렇게 선언해버렸다.
"외대 1학기 수시에 국제전문가 전형으로 입학하겠습니다!"
물론, 이후에 나는 수도 없이 난관에 부딪혀야 했고 많은 마음 고생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내가 가장 처음 맞닥뜨린 난관은 영어나 일본어의 공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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