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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운 Dec 10. 2018

프레젠테이션 잘 '시작'하는 법

당신도 저질렀을 프레젠테이션에서의 실수

마이크 앞에 선 당신, 어떤 말로 시작하는가?

“제가 부족하지만…”

2016년도에 NGNS MEDIA라는 회사를 설립하기 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영상편집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과거에 영화음악을 공부한 적이 있어 영상 편집 기술을 배우긴 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손을 놨기에 감을 잃었던 터라 수강을 하기로 결심했다.


수업은 평일 오전에 진행됐다. 그 때문이었는지 수강생의 80%는 중년을 넘긴 어르신들이었고 내 또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은 소소하게 취미로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으신 분들이었다.


하지만 다들 매우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수업을 들었고 수업이 끝나면 질의응답도 정말 활발하게 이뤄졌다. 어떤 면에서 보면 대학교 수업시간보다 열뗬던 것 같다. 하긴, 그 수업은 정말 듣고 싶은 사람들만 와서 듣는 거였으니까 그럴 수 밖에.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흘러 어느덧 4주 간의 모든 과정을 마치게 됐다. 과정을 수료하는 날에는 모든 창작 수업들이 으레 그러하듯 작품 발표회가 있었다. 수강생들은 그 동안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활용해 각자 영상을 하나씩 만들어 와야 했다.


그런데 발표 당일, 나는 사람들로부터 한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모든 발표자들이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너나 할 것 없이 아주 비슷한 멘트를 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말이다.


“실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영상을 보여드리기 부끄럽지만…”

“앞에 나올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을 목격한 건 비단 그 발표시간에서뿐만이 아니었다. 대학교 수업시간에도 숱하게 그런 말을 들었다. 때로는 모임의 주최자로부터 때로는 가족이나 주변의 지인에게서도 비슷한 류의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일견 굉장히 겸손한 표현처럼 들리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볼품없기 짝이 없는 말이다. 그 이유를 한 번 생각해보자.


빠져나갈 구멍

자기 입으로 자신이 부족하다고 말한다는 건 스스로 부족함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발표자는 연습을 더 하거나 별도의 조치를 취해서 실력에 부족함이 없게 만들었어야 한다. 또는 정말 스스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발표를 하지 않았어야 한다. 누가 강제로 시킨 것이 아닌 이상.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 표현은 진짜 그렇게 생각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겸손’이라는 프레임을 씌운, 틀에 박힌 인사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또는 만에 하나 일이 잘못됐을 때 비난을 피하기 않기 위해 만들어 둔 하나의 안전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아 그러니까 제가 아까 부족하다고 했잖아요~”라고 하려고 말이다.


그래서 이 표현은 볼품없는 말이다.


말하건대 이는 결코 바람직한 시작의 방법이 아니다. 굳이 처음부터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놓고 발표를 시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충분히 괜찮은 작품인데도 “부족하지만”이라고 하면 상대의 마음 속에 어떤 이미지가 생길까? “부족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혹자는 이를 두고 “기대를 낮춤으로써 다음에 올 것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거다. 과연 그럴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예가 있다.


군 복무 시절의 이야기다. 한 번은 후임이 아주 예쁜 시계를 차고 와서 내가 칭찬을 했다. (개인적으로 시계를 아주 좋아함) “XX야 그 시계 되게 멋지다!” 그랬더니 그 후임이 멋쩍어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이거 그냥 만 원짜리입니다.” 그 말을 듣자 갑자기 그 시계가 만 원짜리로 보였다. 원래 되게 고급스럽고 세련돼 보였는데 한 순간에 “만 원짜리 시계”가 돼버린 것이다.


스티브잡스가 애플의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저희 제품이 좀 부족하지만”이라고 시작해서 기대감을 키웠을까? 아니면 포르쉐가 새로운 디자인의 자동차를 공개하면서 “저희가 이렇게 말씀드릴 자격은 없지만”이라고 할까? 아니다. 최고의 첫인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겸손한 시작으로 기대를 낮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첫인상의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만큼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첫인상이란 사람의 용모에만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 상품이건 서비스건 이벤트건 장소건 그 어떤 것이라도 모두 똑같이 첫인상이 중요하다.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발표자가 연단에 섰을 때 청중에게 당당함과 자신감을 보여줘야 한다. 표정으로, 목소리로, 제스처로. 그런데 아무리 이런 것을 잘 하고 좋은 발표를 준비했더라도 시작에서 “제가 부족하지만”이라고 말해버리면 정말 김빠진다.


자신감 없는 표현은 사람들에게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말을 들은 청중은 당연히 그 뒤에 따라오는 결과도 볼품없을 것으로 예상하게 될 것이다.


담백하게, 깔끔하게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입 안에 맴돌 것이다.


“발표 공포증 때문에 긴장되고 불안해요. 그럼 뭐라고 해야 되는 거죠?”

“부족하다는 말이라도 해야 좀 안심이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나는 이렇게 한다.


일단 가장 근본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 준비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부족하다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 정말 부족하지 않게 준비를 해가면 된다.


자신이 발표할 내용을 읽고 또 읽고 소리 내어 연습하고, 촬영해서 보고 이렇게 하면 된다. 자기가 생각했을 때 안심이 될 만큼 충분히 준비가 되면 알아서 그런 말을 안 하게 된다. 열심히 노력한 걸 굳이 스스로 깎아 내리고 싶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사람이다 보니 언제나 그럴 수가 없다. 준비는 해도해도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고 긴장도 되고 자신도 없고 그럴 때가 분명 있다.


그럴 땐 다음과 같이 말해보자.


“열심히 준비했으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프레젠테이션 재미있게 들어주세요.”


깔끔하지 않나?


자기 입으로 부족하다거나 대단하다거나 그렇게 말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오늘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거나 또는 “재미있게, 흥미롭게 봐달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해도 된다. 매우 간편할뿐더러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표현이다.


무슨 일을 하던 자신감이 중요하다. 자신감은 자기를 믿는 거다. 자기를 자기가 안 믿어주면 누가 믿어줄까?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자기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당신은 당신을 믿어줘야 한다.


굳이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노력을 숨기지 말기를 바란다. 열심히 노력했으면 이를 자랑하고 그만큼 좋은 결과를 상대에게 선물해주면 된다. 당당하게 자신을 믿고 사람들에게 다가가라. 비록 발표 중에 실수를 해도 웃으면서 넘어가라. 이미 실수한 것 되돌릴 수도 없고 그냥 밀고 나가는 게 훨씬 멋지고 프로페셔널 하다.


by 박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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