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스킬 Ep.01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나는 부산의 한 이자카야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꽤나 인기가 있던 가게여서 이른 저녁시간부터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새벽 1~2시면 정점을 찍었다.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면 보통 3시쯤은 됐는데 꼭 그 시간에 찾아오는 중년의 신사 한 분이 있었다. 사장의 지인이었는데 늘 혼자 와서 사장과 술잔을 기울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루는 두 사람의 자리에 나도 동석을 하게 됐다. 알고 보니 중년의 신사는 부산의 어느 철강 회사 회장님이었다. 굉장한 재력가였고 또한 뛰어난 수완가였다.
오늘 들려줄 이야기 ‘최고의 세일즈맨은 어떻게 파는가?’는 그분이 내게 들려준 일화이다. 당시에 무릎을 탁 치면서 들었던, 정말 큰 깨달음을 줬던 이야기였기에 공유해본다.
어르신(편의상 어르신이라고 부르겠다)이 10대였을 때, 복싱이 굉장히 유행이었다고 한다. 빅매치도 많이 열리고 경기가 열리기만 하면 경기장은 늘 인파로 북적거렸을 정도.
당시 학생이었던 어르신도 예외는 아니어서 복싱 경기를 재미있게 봤다는데 한 번은 부모님을 따라 복싱 경기 직접 보러 가게 됐단다. 그리고 거기서 그는 사업의 기회를 목격하게 된다.
경기장 안은 찜통같이 더웠는데 사람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달리 열을 식힐 방도가 없었던 것. 모두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어르신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오호라! 여기서 부채를 팔면 대박이 나겠구나!’
크…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 바로 사업가 마인드구나!’라고 생각했다. 문제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비즈니스 마인드이니까 말이다.
신이 난 어르신은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겼다. 부모님께 돈을 빌려서 부채를 잔뜩 떼왔다. 다 팔릴 거라는 자신이 있어서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경기가 열렸을 때 어르신은 기대감으로 잔뜩 부풀어 경기장으로 향했다. 어디서 팔까 고민을 하다가 티켓 값을 내기가 아까워 경기장 입구 근처에서 팔기로 했다는데…결과는 어땠을까?
쫄딱 망했다. 사람들은 부채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관심이 없으니 당연히 팔리지 않았고 그 부채는 고스란히 재고로 남게 될 판이었다.
‘왜 안 샀을까? 경기장 안은 그렇게 더운데. 사람들은 땀을 식히려고 열심히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었는데 왜 부채를 사지 않았을까?’
어르신은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에 빠지게 되고 이내 정답을 찾게 된다. 그리고 다음 경기 때에는 본인이 가져온 부채를 모두 판매하게 된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어르신은 말했다.
"경기장에 들어가는 티켓 값을 아낀 내가 어리석었지. 사람들은 경기장 안이 그렇게 더운지 몰랐던 거야. 문제가 있는지를 모르는데 해결책을 팔려고 하니까 누가 사겠나?”
문제 그리고 해결책. 내가 얻은 깨달음은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고 싶다면 문제를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에 우산을 팔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우산을 사지 않는다. 반대로 비가 쏟아질 때 우산을 팔면? 우산이 필요해진 사람들은 당연히 우산을 사게 돼있다.
최고의 세일즈맨은 상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인식시킨다. 상대방이 ‘이런 문제가 있구나!’라고 깨달으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여기 해결책이 있습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SNS에서 우연히 세탁기 내부를 청소해주는 세제 광고를 봤다. 광고 영상에서는 끔직할 만큼 더러운 세탁기 내부를 보여줬다.
세탁기 내부 청소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이 살던 나였다. 하지만 그 영상을 본 뒤로 ‘우리 집 세탁기도 저럴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내 머릿속에 문제를 심었다. 그리고 동시에 해결책도 제시했다. 자신들의 상품을 쓰면 얼마나 세탁조가 깨끗해지는지 보여주면서 구매를 권유했다. 나는 당연히 설득 당했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가? 무언가를 상대에게 팔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가장 먼저 문제를 인식시켜야 한다.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 상대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문제를 인지하게 됐다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해결책을 제시하라. 이 방법을 통해 그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증명하고 보여줘야 한다.
[필자 소개]
NGNS ACADEMY의 대표이며 구독자 약26,000명의 유튜브 채널 NGNS TV의 운영자이다. 현재 대학생·취준생을 위한 매거진 "캠퍼스 잡&조이"에 퍼스널 브랜딩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과거엔 현직 해외 국가수반, 글로벌 기업 임원 등의 VIP 수행 통역사로 활동하였으며 평창올림픽과 같은 국제행사에서 코디네이터로도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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