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든 프레젠테이션이든 다 똑같이 적용되는 최적의 스피치 레시피
스피치를 잘한다는 건 어떤 걸까? 우리가 누군가 스피치 하는 것을 보고 “와 이 사람 정말 잘하네?”라고 할 때 과연 뭘 보고 그런 생각을 할까? 논리적으로 앞뒤가 척척 맞게 이야기 할 때 그 사람이 스피치를 잘한다고 느낄까?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 당신은 청중이다. 막 연사가 무대에 올라 스피치를 시작한다. 전달하는 내용의 논리가 아주 정연하고 앞 뒤가 딱딱 들어 맞는다. 그런데, 그런데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 목소리는 떨리고 자꾸 말끝을 흐리는 탓에 엄청 신경을 써서 들어야만 한다.
게다가 이 사람은 마네킹처럼 미동도 없이 스피치를 한다. 원고를 달달 외웠는지 내용은 술술 나오는데 뭔가 어색하다. 자세도 움츠러들어있다. 표정도 없다. 얼굴에서 움직이는 건 입술밖에 없는 것 같다.
자, 이런 사람이 있을 때 과연 당신은 “이 사람 정말 말 잘하네?”라고 생각할까? 절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논할 때 꼭 등장하는 분이 있다. 바로 앨버트 메라비언이다. 이분이 메라비언의 법칙을 만들었다. 내용을 요약 하면 위에서 묘사한 것처럼 스피치를 하면 안 된다는 거다. 즉,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는 논리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목소리, 표정, 제스처와 같은 비언어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거다.
일단은 목소리부터 이야기해보자. 사실 목소리 자체의 좋고 나쁨은 성공적인 스피치의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다. 물론 좋으면 좋겠지만, 그리고 훈련으로 더 좋게 만들 수도 있지만 좋은 보이스보다 더 중요한 건 정확한 발음과 어미처리다.
가령 이야기를 할 때 너무 속도가 빨라서 얼버무려 말해버리면 의미 전달이 어렵다. 랩도 무조건 빨리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리듬과 박자에 맞춰서 발음을 알아듣게 잘 해야 멋지지 않나? 아무리 빨라도 발음을 못 알아들으면 의미가 없다. 유명 래퍼인 에미넴이나 아웃사이더는 속사포 랩을 하면서도 상당히 정확하게 발음을 한다.
그리고 어미처리인데 말끝을 흐리면 안 된다. 문장의 끝까지 힘을 줘서 말을 해야 된다. 어미 처리만 똑바로 해도 말하는 사람이 보다 세련되게 된다. 말 꼬리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사이사이에 적절하게 호흡을 해주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훨씬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굉장히 편안하고 듣기 좋은 스피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면 당당해 보이고 자신감이 느껴지기 때문에 실수도 실수로 안 보이고 심지어는 틀린 말을 해도 맞는 것처럼 들린다. 백설공주가 유리구두를 떨어뜨리고 호박마차를 탔다고 해도 그냥 질러버리면 뭔가 그럴싸하다.
다음으로는 얼굴 표정이다. 입이 달려있는 곳은 얼굴이다. 말은 얼굴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당연히 말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되어있다. 그런데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 굳어있고 변하지 않으면 화자의 내용에 감정이 담기지 않는다.
가령 놀랐다는 말을 할 땐 좀 놀라는 표정도 지어주고, 슬픈 이야기를 할 때는 슬픈 표정도 지어줘야 상대방이 이야기에 공감하기가 더 쉬워 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연습하기 위한 아주 좋은 방법이 있는데 바로 자신이 말하는 것을 촬영하고 소리를 꺼놓고 다시 보는 것이다. 얼굴 표정만 보고서도 이 부분에 어떤 느낌의 내용을 말하고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면 훌륭한 스피치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얼굴 표정을 좀 더 다이나믹하게 짓고 싶다면 눈썹과 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너무 당연한 이야긴데, 우리가 코로 감정 표현을 하겠나 아니면 귀로 하겠나? 당연히 눈썹과 눈으로 감정 표현이 된다. 거울을 보고 눈썹과 눈을 움직이면서 기쁨, 슬픔, 분노, 행복, 좌절 등 여러 감정을 나타내려고 해보면 좋은 효과를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제스처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이 제스처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스피치를 하는 사람은 하나의 배우다.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얼굴과 몸을 써서 내용을 전달해야 된다. 여기서 제스처는 그냥 손만 움직이는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라 온 몸을 다 사용해서 하는 거다.
한 번은 모 글로벌 제약회사의 세미나 통역을 하러 간 적이 있다. 그 때 임원이 직원 교육을 하러 왔는데 내게 자신이 하는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세일즈 세미나였는데 나도 땀을 흘리면서 여기 저기 왔다 갔다 하고 정말 신나게 통역을 했다. 사람들들은 강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완전히 강의에 몰입했다. 나조차도 흥미롭게 들었을 정도니까.
제스처를 효과적으로 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큼직큼직하게 동작을 취해야 된다. 보통 이렇게 스피치를 하는 경우는 열에 아홉 서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말인즉슨 다수의 사람이 보고 있는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 그 때 동작의 크기가 작으면 별로 의미가 없다.
유튜브를 촬영할 때는 고작 팔이나 움직이는 게 다지만 나도 PT를 할 때는 가능한 몸을 크게 움직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해야 청중들이 다이나믹함을 느끼고 스피치에 더욱 몰입을 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아무리 좋은 제스처라도 남발하면 안 된다는 거다. 이 “적당히”라는 것이 참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과다한 제스처는 오히려 산만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할 것. 제스처의 타이밍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팁을 말하자면 핵심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에만 제스처를 취하라는 것이다. 좀 더 의미를 강조해서 명확하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에만 제스처를 취하면 적절할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 스피치를 할 때, 면접을 보든 강의를 하든 아니면 프레젠테이션을 하든 훌륭한 원고를 쓰는 것보다 어떻게 “연기”를 할까에 좀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목소리, 표정, 제스처만 제대로 처리해도 말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이고 당신을 전문가처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by 박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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