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과 반말이 섞이는 화법은 없다.

by 윤스

사람을 만나는 순간에는 그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지가 은근히 드러난다. 첫인사에서 어떤 말투를 고르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관계를 얼마나 섬세하게 다루는지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낯선 사람에게 존댓말을 선택하는 이는 조심스러운 온기를 전하고, 처음부터 반말을 섞는 말투는 예상치 못한 거친 결로 다가오기도 한다. 친근함을 표현하려는 의도일 수 있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작은 불편함이 먼저 가닿는다. 여러 번 스친 사이라고 해도, 마음의 문을 열기 전까지는 서로에게 낯선 사람일 때가 많다. 그 순간 반말과 존댓말이 뒤섞인 말투는 단순한 습관을 넘어 상대를 바라보는 깊이를 드러낸다.

아직 자라지 않은 관계에 친밀함을 억지로 끼워 넣는 것처럼 보여 ‘이 사람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하는 미묘한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이 작은 불편함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말투에서 이미 균형이 어긋났기 때문이다. 말이 편해지는 순간은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다. 몇 번의 만남을 통과하며 서로의 마음결을 조금씩 이해하고, 대화의 흐름 속에서 “말 편하게 하셔도 돼요” 같은 말이 오가는 그 순간이 있다. 이때의 반말은 억지 친밀함이 아니라 신뢰가 쌓인 자리에 천천히 내려앉는 편안함이다. 그 편안함은 어색하지 않고, 서로에게 무게를 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처음부터 반말을 섞거나, 상대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말투를 낮추는 행동은 다르다. 말은 습관처럼 흘러나오지만, 그 속에는 상대를 한 발아래에 두려는 무의식이 섞여 있다. 오히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조차 존댓말을 건네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고 깊이가 있다. 존중은 상대의 나이와 관계된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태도로 사람을 대하고 싶은가에 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존댓말은 상대를 높이려는 마음 이전에, 내가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 보여주는 작은 선언과도 같다.

생각해 보면 말투는 단순한 표현 방식이 아니다. 조금의 높임말, 조금의 낮춤말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조용히 정해지고, 관계의 방향도 천천히 잡힌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정작 어려운 건 그 기본을 지키지 않았을 때 생겨나는 오해와 서운함을 감당하는 일이다. 반말과 존댓말은 섞일 수 없다. 만남의 순간을 안전하게 감싸주는 것은 결국 존댓말이라는 단단한 틀이다. 그 틀을 지키는 사람에게는 말보다 먼저 신뢰가 스며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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