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아갈 필요는 없다.

by 윤스

사람을 오래 보고 있으면 그가 무엇에 마음을 쓰는지가 천천히 드러난다. 어떤 이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에너지를 모으고, 어떤 이는 하루 대부분을 화면 속 자신의 모습을 가꾸는 데 쓴다. 겉으로는 별것 아닌 습관처럼 보이지만, 그 마음의 방향이 누군가의 피드 위에 올려지는 삶을 향하고 있으면 시간과 에너지는 조용히 새어 나가기 마련이다. 예전에 그런 사람이 있었다.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는, 하루를 어떻게 기록해야 더 많은 관심을 받을지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고, 반응을 확인하고, 다음에는 무엇을 올릴지 생각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 과정이 취미라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은 즐거움을 넘어 과도하게 집중된 행동처럼 느껴졌다. 하루라도 새로운 것을 올리지 않으면 누군가 떠날까 봐 불안해했고, 숫자가 줄어드는 순간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 모습은 남의 반응이 그의 하루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 감정의 출처가 외부가 아닌 자신이라는 점에서 더 안타까웠다.

보여주기 위해 꾸준히 기록하는 일이 모든 사람에게 해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기록이 삶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나를 확인받기 위한 방식으로 쓰이기 시작하면 자기 마음의 온도가 조금씩 낮아진다.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고, 자신에게 필요한 시간을 흘려보내면서 타인의 반응에 하루를 맡기는 선택은 결코 오래 남을 힘이 되지 않는다. 잠깐의 관심은 금세 지나가지만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은 천천히 쌓이는 법이다. 시간을 들여야 의미가 생기는 일들이 있다. 경험, 안정감, 관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다지는 일. 이런 것들은 누군가의 피드 위에 올려지는 순간들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외부의 관심을 좇기보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돌아보는 순간에 삶은 제 속도를 되찾는다.

하지만 필요하지 않은 곳에 마음을 많이 쓰면 정작 중요한 일들이 뒤로 밀리게 된다. 과한 집중은 결국 자신을 소모시키고 내가 가야 할 흐름을 흐릿하게 만든다. 살아가는 동안 집중해야 할 때도 있고, 멈추어야 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과 시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필요 없는 곳에 에너지를 쏟으면 정작 나에게 남겨야 할 힘을 잃게 된다. 보여주기 위해 사는 삶은 오래 남지 않는다. 스스로의 시간을 지켜내는 삶이 언제나 더 단단한 바탕이 된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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