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대비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 큰 힘이 되어 돌아온다

by 윤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갖고 싶은 것에 마음이 기울어진다. 원하는 것들을 손에 넣는 일은 즐겁지만, 시간이 흐르고 여러 순간을 지나고 나면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다른 필요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중 하나가 ‘미리 대비해 두는 마음’이었다. 그 대비가 가장 현실적인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이 보험이었다. 젊을 때의 나는 보험을 조금 낯설고 귀찮은 일로 여겼다. 매달 일정한 금액이 빠져나가는 것도 부담스러웠고, 누가 권하면 거절하기 애매해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건강이 당연하던 시절에는 모든 가능성이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여러 장면을 마주하다 보면, 대비가 되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이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주변에서 본 이야기들은 그 깨달음을 더 분명하게 만들었다. 가족력 때문에 보험을 여러 개 들어 두었던 친구는 실제로 병이 찾아왔을 때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치료가 일찍 끝났고, 그 뒤의 시간도 담담하게 이어갈 수 있었다. 반대로 아무 준비가 없었던 이들은 작은 검진조차 부담스러워했고, 필요할 때 치료조차 제때 받지 못했다. 병 자체보다 마음이 먼저 닫히고 위축되는 모습을 곁에서 보는 일은 생각보다 더 뼈아픈 경험이었다.

사람들은 가끔 이렇게 말한다. “필요하면 그때 가서 해결하지 뭐.” 하지만 현실은 그 ‘그때’를 호의적으로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떤 일은 불쑥 다가오고, 어떤 상황은 단순한 판단을 넘어선 용기를 요구한다.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낯선 상황 앞에서 길을 놓치기 쉽지만, 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보험은 그런 대비 중에서도 비교적 조용하고 확실한 방법이었다. 누구에게 과하게 권유받아서가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마련해 두는 여백에 가까웠다. 나이가 들수록 삶은 예측보다 훨씬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좋은 일도 있고 예상 밖의 일도 있다. 그래서 지금의 편안함만이 아니라, 앞으로 마주하게 될 가능성까지 바라보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걸 조금씩 깨닫게 된다. 보험은 바로 그 미래를 위한 준비 중 하나였다. 살아가며 겪을 수 있는 여러 변수 속에서 최소한의 안정감을 지켜주는 장치였고, 갑작스러운 순간에 마음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해주는 버팀목이 되어줬다. 나는 이 사실을 늦게 깨달았지만, 지금은 누구에게나 조용히 건네고 싶은 마음이 있다. 많은 것을 갖고자 하는 마음보다, 나를 지키기 위한 작은 준비가 더 멀리 간다는 것을. 그런 준비는 화려하지 않아도 되고, 눈에 띄지 않아도 되지만, 어떤 순간에 도착했을 때 스스로를 잃지 않게 만드는 힘이 된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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