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깔끔한 상태를 좋아한다. 청소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정리정돈을 즐긴다.
내가 사용하는 공간, 주변의 사물들이 내가 원하는 구조와 형태로 유지될 때 심리적으로 안정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물건의 제자리 설정이 내게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지난주부터 시작해서 이번 주까지 방의 구조를 아예 싹 바꿨다. 방 안을 둘러싼 책장들은 내 마음까지 옥죄여오는 느낌이었고 그 때문에 매트리스 구조도 이상해져 잠도 어정쩡하게 잘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덥고 습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방 구조를 다 바꿨다. 그러는 김에 거실도 새 단장을 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싫어하는 이사 오기 전부터 있던 이상한 꽃무늬 벽지 앞으로 책장을 붙였다. 이제 거실에 나가면 정신없는 꽃무늬 벽지 대신 마치 도서관에 온듯한 정갈함을 느낄 수 있다. 책장과 오래된 책에서 나는 기분 좋은 나무 냄새는 덤이다. 기분 탓이겠지만, 습도 조절까지 해주는 것 같다.
공간이 주는 에너지는 정말 크다. 마음가짐에도 영향을 준다.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 수 도 있다. 결국 내가 만든 공간이 나의 마음과 취향 더 나아가서는 가치관을 투영하기 때문이다. 즉, 내가 만든 공간은 형태와 목적이 어찌 되었든 간에 '나'라는 사람의 총체적인 모호한 형태를 가시화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공간은 곧 나를 대변한다. 집들이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내가 생활하는 공간의 구조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얽히고 담겨진 이야기를 소개함으로 스스로를 혹은 함께 생활하는 관계의 공동체성을 보여준다.
바야흐로 자기 PR,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이지 않은가, 다이어리를 쓰고 꾸미는 것,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것 모두 스스로를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표현하기 위함이다. 나의 여러 개성들이 향유하고 좋아하는 모든 것은 나의 깊은 잠재의식, 속마음, 가치관을 투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