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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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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Jul 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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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번 글쓰기, 최근에 새로 들인 습관이다.


하루에 한 페이지, 그날그날 떠다니는 생각들을 붙잡아 짧은 글로 기록한다. 아무 주제나 상관없다. 그럴싸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그저 의식의 흐름으로 떠오른 키워드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는 것이다. 크게 의미를 두고 하는 일은 아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적어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꾸준함'에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달랑 한 페이지에 주제도 흐릿하고 메시지도 없는 글이지만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다 보면 그것이 나라는 사람의 '체계'를 만들어나간다. 어떻게 보면 하찮고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매일매일 예외 없이 하는 일이라면 나를 정비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하루 끝에 쓰는 일기랑은 또 다른 맥락이다. 일기가 그날의 감정이나 사건들을 내 입맛대로 풀어내는 시간이라면 이 글쓰기는 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적재적소에 정리 정돈하는 시간이다. 체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기계가 그렇듯이 사람도 개인이 개인으로 집단이 집단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움직이는 체계, 시스템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 시스템이 어떻게 프로그램되어있느냐에 따라 그 개인 혹은 집단이 향하는 방향이 정해진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그 방향은 어떻게든 정해지는 법이다.


다시 주제로 돌아오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라는 사람의 시스템을 녹슬지 않고 지치지 않도록 정비함에 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야 하늘 일들을 마치 코딩하듯이 설정해서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매일매일 삐걱거리지 않도록 정신의 윤활유를 바른달까.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 더 좋은 목적지로 나아감의 비결은 그 움직이는 주체를 구성하는 체계에 있다. 그리고 그 체계가 잘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좋은 부품들이 필요하다. 이것이 그중 하나인 글쓰기다. 그리고 그 좋은 부품들이 상호적으로 잘 맞아떨어져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한 윤활제의 역할이 꾸준함이다. 그 사람을 움직이는 체계가 중요한 거다. 소프트웨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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