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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Jan 05. 2023

36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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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에세이 40편 이상 쓰기

500km 달리기

내 책 쓰기


새해를 맞이한 나의 첫 감정은 다름 아닌 허무함이었다.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드라마틱한 마음의 변화는 없었다. 그냥 그랬다. 내가 생각한 새해는 이런 모양이 아니었다. 희망차고, 열정에 가득 찬,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기대했달까.


생각해 보니, 많은 것들을 한 해가 끝나간다고, 곧 새해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너무나도 쉽게 떠넘기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새해가 되어도 다시 시작할 무언가에, 새로 도전할 것들에 마음속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다.


해야 하는 일들, 하고 싶은 일들 모두 신년 목표에 꽉꽉 채워 넣었는데, 돌아보니 결국 작년의 내가, 작년이라 해도 불과 며칠 전까지의 내가 게을러 미루고 미뤄왔던 일들이었다. 매일 달리기 하기, 책 더 많이 읽기, 일기 빼먹지 말기,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작년 초부터 미뤄왔던 오만과 편견 영화로 보기 등등 의지만 있었다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연말연시라고 괜히 몽글몽글하고 뿌듯해지는 감정에 속아 넘어가 자연스레 신년 목표 혹은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슬그머니 다음 해로 넘겨버린 것이다. 이렇게 미루고 떠넘기고 회피하고의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새로 시작하는 부푼 기대보다는 산더미처럼 쌓인 숙제를 건네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생각을 바꿔보려 한다. 뭐, 어찌 되었든 내가 미뤄왔던 일들이고 어쩌면 새해는 그간 미루고 꺼려왔던,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들을 시작하는 데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장치다. 한 해의 마지막 날과 그다음 해의 첫날은 사실 하루차이지만, 전날 쓰던 달력에 오늘 날짜를 찾을 수 없는 것만큼, 뻔하지만 불현듯 찾아오는 낯설고 새로운 감정은 지난날의 게으름과 무기력함을 씻어낼 수 있는 샤워부스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부스 안 가득 찬 수증기를 뚫고 나오는 상쾌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찌든 땀냄새와 뒤집어쓴 먼지덩이들을 씻어내고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빨아놓은 옷을 갖춰 입고 밖으로 나서는 것이다.


뭐 그렇다. 대책 없이 새해를 맞은 스스로가 창피해 장황하게 핑계를 늘어놓는 중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던 몸과 마음이 해가 바뀌었다고, 전날의 나와 오늘의 내가 드라마틱하게 바뀔 것을 기대하면 안 됐다.


그래도 시작했다, 막연함과 답답함, 불안을 뒤로하고 일단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 일어났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추위를 뚫고 밖으로 나섰다. 열이 차서 땀방울이 맺힐 즈음까지 달렸다. 그럴듯한 문장이 떠오를 때까지 달렸다. 성경도 읽고, 깊은 생각에도 잠겼다. 마음이 가는 데로 몇 자 끄적였다. 어쨌거나 다시 시작했기에 몸과 마음속 죽어있던 것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해가 바뀌기 한 달 전쯤이었나, 스스로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저 시작하라는 것이다. 나의 단 하루와  누군가의 백번의 하루를 비교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주변의 의아함에 붙잡히지 말라는 것이다. 그저 씨앗을 뿌리고 앞으로 자라날 무언가를 성심성의껏 보살펴주라는 것이다. 스스로 나아가기를 주저 말라는 것이다. 불편함을 자처하고, 낯섦에 스스로를 노출하며 깨어짐의 순간에 지체 말라는 것이다."

마음은 앞서지만 다소 서툴다. 그래도 움직인다. 나를 나에게 견인한다.


아직 내 신년 목표는 세워지는 중이다. 어쩌면 신년 목표가 아닌, 그저 매일매일 꾸준히 쌓아 올리는, 공들여 가꿔가는 나의 삶, 열심히 빚어가는 하루하루에 잠시 쉬어가며 되돌아보는 체크포인트 정도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결국, 시작의 타이밍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매년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춰 움직여도 결국 향하는 방향은 한 곳이다. 삶의 모든 것이 나라는 사람의 궤를 돌며 세워지는 것이다. 그저 중심을 잘 세워가며 끝이 없는 시작의 연속을 달릴 뿐이다.


일단 일어나자. 잠에서 깨자. 잠자리를 정리하고, 물 한잔 마시자. 기지개 쭉 켜고, 편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서자. 걷다 보면 달리게 되고 그렇게 멈추지 않는 거다. 그리고 속도를 내자. 그러면 된다.


교만하지 않기

하나님 의지하기

기도하기

감사하기


독서와 글쓰기

체계와 루틴

기록과 아카이빙


동사형 목적

방향과 결단


올해도 파이팅

열심히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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