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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Jan 12. 2023

그래서 꿈이 뭐라고?

1월

What's your 'dream of'

꿈이 뭐야?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가 슬슬 꼬리표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꿈'의 의미는 점점 현실에 희석되어 가는 듯하다. 어렸을 적에는 그토록 당연하고 자신 있게 품었던 꿈들이 커가며 부딪혀가는 세상에 주눅 들어 그 행방이 묘연해졌달까.


'워라벨, 디지털 노마드, 워케이션, 996 근무제' 등등 직업과 일하는 방식에 따른 다양한 수식어가 대세인 요즘, 물론 자신의 삶과 일의 경계에서 스스로에게 잘 맞는 근무환경을 선택하고 더 나은 삶과 자아실현을 위해 고민하며 일과 삶 간의 어느 정도 조화와 중용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을 하고 주변과 건강한 관계를 쌓으며 우리 삶의 모양은 저마다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다.


머리가 커지고 책임질 환경과 관계, 사회화된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든 사회를 구성하는 존재로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 삶은 얼핏 보면 안정적이고 완성되어 가는 듯 하지만, 어렸을 적 외치던 꿈과는 너무나도 멀고 다른 길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아실현과 라이프스타일, 생산성과 성추감 정도의 소위 '어른들의 표현'으로 본인들의 꿈을 설명하는 듯 하지만, 낭만이 없다고 해야 할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시작하기가 어려워지는 이유가, 적당히 사람들과의 시선과 관계를 의식하며 적당한 정도의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어른들의 타협이, 어릴 적 막연히 꿈꿔오던 어른이 된 나의 모습보다 설득력 있고 가치 있는 것일까?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고 한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내뱉은 말에 책임지지 않아도 될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혹자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막연한 상상을 현실이라는 벽을 세워 이성으로 납득시키려는 의도가 어릴 적 꿈을 그저 추억 속에 묻어두고 내 꿈보다 훌쩍 커버린 세상의 가치에 복종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기엔 먼 미래를 바라보며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나를 상상하는 어린 날의 나에게 미안한 감정이 때때로 들곤 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아이들은 항상 막연함에 기대를 건다. 깊게 생각하기보다 당장에 본인이 원하는 것을 직관적으로 낚아채고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갖고 싶은 것, 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을 가졌다. 어렸을 적 우리는 언젠가는 해적이었고, 천재 과학자였으며, 최고의 부모였고, 탐험가였다. 온 세상을 희망과 기대로 감각하던 나의 어린 시절은 불안에 의거한 보다 확실하고 보장된 행복에 의존하는 오늘날 나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막연함 속에서 가장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역설하고 맹목적으로 좇았던 어린 나의 어른이 된 나를 향한 부탁에 책임을 지기로 마음먹었다. 당장에 살아갈 수단이 아닌 내 삶의 시작과 끝을 관통할 목적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의문이 질문으로 바뀌고, 막연함과 추상의 목적을 깊어지고 넓어진 경험과 사고로 구체화하는 순간이다.


성공과 실패의 순간을 당락 하는 수치화된 기준이 아닌 아득한 기억 한편에서 여전히 꿈을 꾸는 소년에게 '너 짱이다' 이 한마디만 들으면 충분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꿈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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