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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Feb 10. 2023

워킹홀리데이

다녀올게요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출국이다.

워킹홀리데이를 간다는 말에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다양했다.


"정말? 대단하다 멋져!"

"호주? 거기 가면 나쁜 물 들여오는 거 아니야?"

"야ㅋㅋㅋ 갔다 오면 몇 살이냐"

"부럽다, 나도 꼭 가고 싶은데"

"쉽지 않을 텐데, 일주일 만에 돌아오는 거 아니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고, 비꼬듯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응원 속에 큰 용기를 얻었다.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데,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목적이 뭐야?"

이 질문에는 쉽게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영어공부도 영어공부고, 경험도 경험이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호주에서 1년의 시간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무엇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1년을 설계해야 할까에 관한 의문이었다.


이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름 순탄하게, 어쩌면 막연하게 준비해 나가던 마음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생각해 보니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던 것이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환경이라는 핑계로 내가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진짜 목적과 방향성을 그저 겉치레만 잔뜩인 단어들로 뭉뚱그린 것 같았다.


앞서 말했듯, 경험도 중요하고 공부도 중요하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고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목표가, 그 목표에 중요하다는 가치가 불어넣어 지기 위해서는 그 상위의 정말로 궁극적으로 내가 뭘 원하는지 파악을 해야 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호주로 떠나는 것도 일종의 도피다. 전역을 하고 곧바로 복학을 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흐르는 시간에 그저 자연스레 학창 시절이 바래고, 적당하다는 허울에 속아 취업을 하고 안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몸을 맞춰 살아가고 싶진 않았다. 물론 경험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만들어낼 수 있겠다마는 환경의 변화가 필요했다. 마치 굴지의 무술인이 되기 위해 산을 올라 수련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내게 있어서 워킹홀리데이는 일상으로부터 도피인 동시에 낯섦에 나를 노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방금 도피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맞다. 이건 도피가 맞다. 외부의 시선으로부터의 도피이자 나를 옥죄여오는 환경으로부터의 도피고, 매너리즘으로부터의 도피인 동시에 안정적이라는 착각으로부터의 도피다. 어쩌면 '이야깃거리'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무용담 같은 거 말이다.


그래서,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궁극의 목적에 관해 다시 말하자면,


결국 이야기라고 답하고 싶다. 어쩌면 흔하디 흔한 워킹홀리데이지만 그 기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그 시간 동안 어떤 생각들과 행동으로 나를 채워나갈지는 온전한 나의 선택이다. 그래서 나만 할 수 있는 대체불가능한 이야기를 만들어오자고 다짐한다.


영화 그린 나이트에서 주인공의 숙모가 주인공에게 한 말이다.


"무용담 하나 없이 자리에 앉으려 하지 말거라"


대체 불가능한 이야기를 만들어오기로 했다.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기로 다짐한다.


그래서 왜 가냐고?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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