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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May 08. 2023

친구 할래요..?

사랑은 어렵다.


사람은 어렵다.


대화는 어렵다.


관계도 어렵다.


어지간히 애매모호한 삶이다.


당장의 점심메뉴도 고르는 걸 어려워하는 게,


나는 뭐든 쉽게 가는 사람은 아닌가 보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받은 호의에 감사를 전하는 것도, 나와 그, 나와 그녀, 나와 너를 거쳐 만들어지는 대명사 '우리',


사람은 참 어렵다.


뭐 그렇다고 세상과 담을 쌓고 누구와도 대화를 안 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살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어른들과 자리를 같이하기도, 일터에서 시시콜콜 사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그 관계의 깊어짐이 어렵다. 누군가의 생활에 침투하거나 침투당하는 것이 어렵다. 감정의 골을 공유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우악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내며 알게 모르게 형성된 방어기제인지, 원래 태어나기를 이렇게 태어나서 이런 게 어려운 건지 아직은 모르겠다만, 이런 모양새를 그냥 놔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문들 들었다.


뭐랄까, 이런 내성적인 성격이 내성발톱처럼 점차 안으로 굽기 시작하면서 때때로 마음을 쿡쿡 찌르는 불편함이 느껴졌다고 해야 하나,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길어질 인생인데 더 늦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듯싶다.


사실 이렇게 길게 허를 내두르듯 관계가 어렵다고 말하는 게 결국엔 외롭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샌가 외로움이 몸집을 점점 키우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언제까지나 삶의 숙제였던 '너'라는 사람의 존재를 '나'라는 존재가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시간을 방해받는 게 싫어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조용히 사부작거리며 나만의 공간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못 박아버리는 것이 결국엔 관계의 두려움이 빚어내는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요즘이다.


사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더불어 살아가는 게 아니겠냐는 말이다. 존재한다는 것이 결국엔 나를 인식하는 것에서 나아가 너를 인지하고 너라는 존재 안에서 나라는 존재를 비추어 발견하는 것 아니겠냐는 말이다. 그렇기에 존재가 정의되는 게 아니겠냐는 말이다.


뭐든 생각을 비우고 일단 행동으로 옮겨보자는 간단한 마음이었는데, 결국엔 친구가 필요하다는 말이 진짜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용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부끄럼을 당할 수도 있고, 꽤나 당황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다 과정 아닐까, 곧 끝이 날 서사 말이다.


작은 용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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