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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May 29. 2023

시티보이

침대 하나, 그마저도 옷장과 서랍장, 작은 책상이 붙은 벙커배드 하나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방. 창문이 없어 환기를 하려면 방문을 열고 거실 베란다를 열어야 한다.


반평 남짓 되는 방에서 생활하는 중이다.


큰 도시에서 살고팠던 꿈을 해외에 나와서 이루게 되었다. 한 달에 한화로 100만 원이 넘는 월세를 내가며 도시에서, 그것도 도심에서 살겠다는 고집 하나만으로 월세에 비해 훨씬 후져 보이는 집에 들어왔다. 3명이 한 집을 공유하는 셰어하우스, 이마저도 싼 편이라 나로서는 울며 겨자를 먹은 샘이다. 그만큼 도시에서 살고 싶었다.


집밖으로 나가면 뭐든 할 수 있다. 3분만 걸어가면 큰 대형마트 체인이 나오고, 또 3분만 걸어가면 꽤나 유명하고 규모도 큰 창고형 카페가 있다. 한 정거장 거리에는 주립도서관이 있고, 조금만 더 가면 미술관도 있다. 곳곳엔 다양한 명품관, 편집숍, 유명한 음식점들도 많아 볼거리와 먹거리도 다양하다. 이게 내가 바란 시티 라이프였나 보다.


도시의 분주함을 늘 동경했다. 나도 그들 중 하나가 되어 동경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좁디좁은 방도 그리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사회 초년생의 숨이 턱턱 막혀오는 생활도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을까,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말이다. 도시의 분주함이 그를 집어삼키는 듯 하지만, 그 혼란과 혼돈, 마주치는 어려움이 한 데 뒤섞인 틈을 타 저마다의 낭만과 끝없는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열정 같은 거 말이다. 뭐랄까, 이런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늘 토비 맥과이어가 떠오른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사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좋다. 셰어하우스가 주는 날것의 느낌도 좋다. 백만 원을 훌쩍 넘는 방값도 좋다. 가끔 따듯한 물이 나오지 않아도 좋다. 그 덕에 일주일 내내 감기몸살에 시달렸어도 좋다. 뭐든 밑바닥에서부터 성장하는 것 아닐까. 뭐든 떠오르기 위해서는 바닥부터 짚어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내 삶도 그렇게 도움닫기를 크게 하고 높이 뛰어보는 거다. 넘어지는 순간도 있겠지마는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


나는 꽤나 단순한 사람이라 클리셰를 믿는다.

결국에 고진감래다. 어려움 끝에는 성장이 있고, 슬픔 끝에는 행복이 있고, 노력 끝에는 성취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과정이 좋다. 좀체 쉽게 가지 않는 삶이 좋다. 주어진 상황과 환경에서 최선, 최고의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게 맞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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