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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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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Jun 06. 2023

'왜'


나에게 있어서 글쓰기는 늘 당위의 문제였다.


누군가의 평가를 바라고 쓰는 글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달리 정의를 하기도, 다른 사람들이 나의 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나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크게 고려할만한 문제가 아니다. 단지 나는 매일 글을 쓰고자 노력할 뿐이며, 왜 적어나가야 하는지 매일의 당위를 찾아나가고 싶은 것이다.


지난 한 달간은 꽤나 오랜 호흡을 유지하면서 매일같이 써 내려갔다. 그렇게 오늘을 적어내겠다고, 어쩔 수 없이 오늘도 펜을 잡아야겠다고, 매일같이 공책을 넘기다 보니 글을 쓰지 않고 잠자리에 누운 날이면 영 찜찜함에 아침을 맞이하는 듯 늘 해야 하는 일 하나가 더 늘었다. 이제 글쓰기는 나에게 있어서 더 이상 체계를 외치며 채찍을 휘두르듯 적어내는 훈련이 아닌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습관이 되었다.


그렇게 매일을 달려 나가듯 적어낸 나의 오늘들은 여럿의 한 편이 모여 한 권이 되어가는 중이다.


'왜'


나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려 글을 쓰는 이유나 당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매일을 적어내겠노라 한 다짐은 매일을 살아가는 나의 삶이 되었고, '왜'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처음부터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적어내면 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오늘을 살아내겠노라는 다짐은 결국 매일의 감정과 생각을 형태 없는 글로 마무리 짓는 것이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마음속 무언가를 요리조리 다듬어 솜사탕처럼 만들어내는 것이다.


'왜'


이유는 다양하다.


매일이 적어냄의 당위가 되고 적어냄이 매일의 원동력이다. 매일같이 마주치는 사람들, 스쳐 지나가는 감정, 한 치 앞도 모르는 내일을 넋 놓고 기다리는 잠자리가 있기에 오늘을 열심히 종이 위에 떨어뜨려야 하는 것이다. 오늘의 기쁨과 아픔이, 너와 내가 되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내가 매일을 적어내야 하는 이유인 동시에 내가 그들에게 나를 설명하는 일말의 책임감이다.


'왜'


왜가 웬 말이야.


잔말 말고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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