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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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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Jun 12. 2023

태엽

1.

매일매일 비슷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출근 시간에 맞춰서 눈을 뜨고, 여유롭진 않더라도 급하지도 않게 준비해 집을 나선다.


일자리에서 만나는 손님들, 동료들과 시시콜콜 몇 마디를 주고받으며 지루한 시간을 흘려보내다 보면 이내 퇴근도장을 찍고선 집에 갈 시간이다. 남은 하루가 아쉬운 때면 삼삼오오 모여 저녁을 먹고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하는 날도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지라 우두커니 앉아서는 점점 벌게지는 얼굴들을 보자니, 이 또한 즐거운 일이다.


그렇게 꽤나 괜찮은 기분으로 집에 들어오면 곧바로 책상에 걸터앉아 핸드폰을 위아래로 넘기며 게으름을 피운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자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샤워실로 들어간다.


하루 끝에 모든 피로를 비누와 함께 씻어내고 나면 한껏 상쾌해진 몸과 마음으로 잠옷을 입고 다음날 도시락을 준비한다. 할 줄 아는 요리가 많지 않아 카레 아니면 파스타가 되겠지만, 아무렴 상관이 없다.


또 하루가 지나감에 만족감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다. 그렇게 벗겨낸 오늘의 조각조각을 노트에 담아내면 침대에 누워 다시금 알고리즘과 씨름을 하거나, 모쪼록 책을 읽다가 잠에 든다.


오늘을 기억 너머로 꾹꾹 눌러 담고 잠을 청한다.


2.

나름의 행복이다.


지극히 평범한 하루라지만, 굳이 인상 지푸릴 일 없이, 속상한 일 없이 매일매일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나의 하루가 꽤나 마음에 든 것이다. 구태여 시간에 뒤쫓기듯 허우대는 것이 아닌, 시간의 흐름을 타며 나도 흘러가듯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해야 할까. 큰 파도 없이 잔잔하게 물결을 그리며 매일의 노를 젓는 나의 오늘이 꽤나 만족스러운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단정은 못하겠다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하루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늘도 태엽을 감는다고나 할까. 그렇게 또 출근과 퇴근, 맛있는 밥, 좋은 친구들, 매일의 기록, 쌓아가는 하루하루에 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겠지.


구태여 불평불만이 넘볼 틈이 없다.


그저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자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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