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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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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Jun 20. 2023

존 말코비치

사람은 한결같을 수 없다.


적어도 나는 한결같지 못한 사람이다.


어제와 오늘의 기분도, 마음가짐도, 모양새도 늘상 바뀌는 터라 나에게 있어서 나다움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부분이다.


페르소나라고 해야 할까,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이 들어갈 틈은 물론 나조차도 몸 둘 공간이 없는 것 같은 요즘이다.


사실 요즘에는 나다움이라는 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그리 큰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지나가는 아무개인 듯 흘려보낸 어제의 나도 오늘의 나와는 늘상 같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매일을 흘려보내듯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알맹이 없이 마주하는 다양한 나를 적어내자니 꽤나 씁쓸한 마음도 든다. 언제까지나 모든 것을 긍정하며 나다움을 외치는 마음가짐은 점차 희미해지고 이제는 정말로 매일같이 남기는 글만이 유유히 주인 없는 마음의 궤를 맴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푸념하듯 한 자 한 자 내뱉는 이유는 뭐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다움을 붙잡고자 하는 미련이 남는 것이겠구나도 싶다. 공들여 쌓아 온 탑이 끝끝내 파도에 휩쓸려가는 모래성이었단 것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더 이상 내가 될 수 없었다고, 그저 내가 아닌 나의 여럿이 한 줌 모래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직 덩어리째 남은 나의 일부가 아쉬운 것이다. 존 말코비치는 참 딱하기도 하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나의 흔적인지는 모르겠으나, 푸념인지 한숨인지의 내뱉음 끝에 다시금 나를 되찾겠노라 조심스레 마음을 다잡는다. 언제까지나 한결같을 수 없다는 것을 바스러짐을 통해 배웠으니, 그저 한 줌의 모래알이 되기를 반복하며 언젠가는 내 이름을 건 멋들어진 성을 완성하겠노라 다짐한다. 그때는 기꺼이 내 자리를 내어줄 당신을 초대하겠노라 되뇐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그게 현실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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