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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Jun 27. 2023

구태여

걱정과 근심이 때때로 뿌연 안개처럼 내일을 가려올 때면 연거푸 한숨을 내쉬곤 한다.


사람 인생에 정답은 있는지, 가는 길이 맞는지, 길이 있긴 한 건지, 굳게 뿌리내린 마음이 시들해질 때면, 괜한 조바심에 서둘러 그들의 삶을 훔쳐보자니 끝끝내 초라한 내 모습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정도와 상관없이, 수준에 비례 없이, 사람과 세상은 복잡한 듯 단순해서 다른 것 같으면서도 어쨌거나 비슷한 것인지 아리송할 뿐이다.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때때로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겠노라, 무던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걷는다.


혼자가 아니라는 뻔한 한마디가 홀로 서는 고독을 되려 가르친다고, 삶을 지탱하듯 내게 기대었던 존재들이 사라지면 마주하는 것은 구석에 주저앉아 곧 일으켜 세워야 할 나 자신이다.


홀로 서는 법을 배운다고 하지만, 언제까지나 홀로 살아가리란 법도 없다. 삶이란 것은 복잡 단순, 미묘한 탓에 천편일률의 공식은 줄곧 쓸모없는 것인 듯하다.


글을 쓰면 삶을 알까 생각하지만, 적어냄 끝에 삶이 있을까 어스름한 마음이다.


결국 길은 없고 걸어온 흔적만 남기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닐까.


도착이 없는 출발인지, 출발조차 없는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지나온 흔적을 돌이킬 시선을 위해 구태여 남겨두어야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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