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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SA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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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Aug 14. 2023

비가 왔다.


우산을 챙기지 않은 탓에 비를 맞았다.


비를 맞고 홀딱 젖어서는 집에 돌아왔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비가 내리는 것도, 우산을 챙기지 않은 것도, 비에 젖어 거리를 걷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사람의 마음도 비슷하다.


나를 살아간다지만, 때때로 우중충한 먹구름에 가리어지는 듯하다. 덩어리 진 마음속 무언가가 방울이 되어 떨어지기 시작하면, 어디론가 숨어 들어서는 쏟아지는 무언가가 그치길 기다릴 뿐이다.


요 며칠사이 그저 창밖만 바라보며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적어내는 대로 살겠거니 어스름했던 마음은 어느샌가 적어내는 만큼 나를 집어삼켰다.


매일의 날씨를 예상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매일의 나조차도 알 수 없는 것인지라 때로는 비도 맞는 법이다.


한날의 감정에, 잠깐의 우수에 젖어 지난한 시간을 홀로 지새우기도 하는 것이 삶인 듯, 한발 내디딘 이상 매일을 아등바등 버티며 걸어가는 법이다.


집어삼키듯 쏟아지는 빗길 속에서도 매일을 걸어 나간다. 날씨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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