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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현 Sep 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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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한결같을 수 없지만, 한결같은 내가 있기에 오늘도 매일의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고,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한 우물만 파는 진득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난 그럴만한 인내심도, 지구력도 없는 사람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은 늘 바뀌었고, 늘 새로움을 좇아 나섰다.


언젠가는 그림 그리는 게 좋았고, 종이 접기가 좋았고(이렇게 말하자니 이상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진지한 것이었다.), 기타 치는 게 좋았고, 옷이 좋았고, 사람이 좋다가도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다. 어찌어찌 삶은 균형을 찾고, 내가 삶에 익숙해지는 건지, 삶이 나를 닮아가는 건지, 다양한 것들을 삶의 궤에 올리며 나름의 반경을 넓혀갔다.


좋아하는 일을 단순한 취미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림 그리는 게 좋았을 때는 화가가 되고팠다. 기타 치는 게 좋았을 때는 뮤지션을 꿈꿨다. 옷이 좋아서 옷가게에서 일을 했고, 그렇게 취향의 결이 다른 듯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건지, 곧이어 커피가 좋아졌다. 다시 말하지만 좋아하는 일은 응당 취미로만 끝낼 수 없는 성격인지라 커피를 제대로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냈다는 것 자체로 어찌 보면 꽤나 큰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일이 돈을 벌어다 주는 순간부터 더 이상 좋은 것이 아니라곤 하지만,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라고 말하겠다. 구태여 어리숙한 객기로 마음을 채워온 삶이라 그런 성숙한 생각은 아직 해보지 못했는지, 에둘러 모른 채 했다.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다 큰 어른의 표준이라면 난 평생 철없이 살고 싶은 마음이다.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부푼 꿈을 안고 이것저것 배워나가는 중이다. 경력도 하나 없이 이제 막 알아가는 사람치고 필요 이상으로 당당하게 바리스타가 되겠노라 설쳐대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면, 한껏 부푼 마음이 꺼지지 않게 더 확신으로 채워 넣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일단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어떻게든 도전하는 것이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는 편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는 걸 경험으로 배운 터라, 어쨌거나 경험으로 다 녹여내겠노라 다짐하며 잠에 드는 요즘이다.


새로움을 앞둔 사람은 응당 불안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 한들 원하는 것을, 바라는 삶을 꿈만 꾸다 흘려보낼 수 없는 노릇이다. 내 앞에 놓인 거대한 벽이 사실은 약한 바람에 넘어질 종잇장일지는 부딪혀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안보다는 끝끝내 기대를 앞세울 뿐이다.


나는 커피가 좋다.

아메리카노가 전부였던 스펙트럼이 스페셜티를 운운하며 온갖 아는 척은 다 하는 요즘이다.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치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더 깊게 파고들고 싶다. 깊어질수록 넓어지는 과정은 즐기며 끝없이 노력하고자 한다. 어쨌거나 한결같을 수 없는 삶인지라 때를 알고 당장의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자 전력을 다해 배워나가는 중이다. 경험의 폭을 늘리고 도전의 강도를 높여나가는 것이다. 아마 나는 꼭 호주 땅에서 바리스타라는 정체성을 내걸고 한 푼이라도 벌어보고 돌아갈 거라 스스로를 암시한다.


그 이상으로 좋아하자. 저만치 너머로 파고들자. 죽기 살기로 해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그게 좋아하는 거다. 그렇게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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